[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절반 가까이 급감하며 고밸류에이션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핵심 지표 하락으로 공모가 하방 압력이 높아지면서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 전략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상황이 악화될 경우 교보생명-어피니티 컨소시엄 간 분쟁의 '축소판'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19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8.1% 급감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0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24억원) 보다 15.5% 줄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일반관리비 증가다. IT 인프라 확충과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면서 올해 3분기 일반관리비가 전년동기대비 180억원(43.3%) 늘었다.
문제는 기업공개(IPO)를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비용 급증이 부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상 외형 성장을 위한 선제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순이익 감소 폭이 큰 만큼 시장에서는 비용 통제 실패로 여길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IB업계에선 이번 실적 하락으로 공모가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공모가 산정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핵심 지표인 순이익이 감소하면서 희망하는 PBR 2.5배를 정당화할 근거가 크게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절반 가까이 줄어 밸류에이션 하락 요인이 발생했는데도 비용을 상장 이후로 미루지 못했다는 건 피할 수 없는 손실이었다는 의미"라며 "외형 성장을 위한 투자 비용 측면에서 보더라도 지나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가 피어그룹(비교군)으로 제시한 카카오뱅크와의 외형 격차도 부담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케이뱅크의 고객 수는 1497만명으로, 카카오뱅크(2624만명)의 절반 수준이며, 누적 순이익 역시 카카오뱅크(3751억원)의 3분의 1에 그친다. 카카오뱅크의 PBR이 1.6배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케이뱅크가 이보다 높은 2.5배를 인정받기 위해선 성장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뚜렷한 우위가 입증돼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보다 높은 PBR을 적용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성장성과 수익성이 증명돼야 하는데, 이번 분기 실적은 정반대의 신호"라며 "결국 공모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FI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들이 공모가 할인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FI 역시 높은 PBR 유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IRR(내부수익률) 달성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밸류에이션이 필요하지만, 순이익 부진은 몸값 조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자칫 케이뱅크 IPO가 교보생명 사례처럼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앞서 교보생명이 약속한 시점 안에 IPO를 하지 못하자 FI는 풋옵션을 행사했고, 신창재 회장은 가격이 과도하다며 이를 거부하며 분쟁으로 이어졌다.
케이뱅크 역시 공모가가 지나치게 낮아 상장이 무산될 경우 FI가 대주주 BC카드에 풋옵션을 행사하거나, 모회사 KT에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요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모가가 낮게 나오면 상장을 미루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며 "FI의 엑시트가 급하다고 해서 무조건 상장에 찬성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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