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비롯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정책에 속도를 더욱 낸다. 외국인투자자의 접근성 제고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지원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캐피탈 마켓 콘퍼런스 2024'(이하 KCMC2024) 개회사를 통해 "한국 증권시장이 기업에는 미래 성장을 위한 효율적 자금 조달, 투자자에게는 공정한 자산 운용과 재산 증식의 장으로 기능하는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증권시장은 1956년 상장기업 12곳으로 문을 연 뒤 현재 시가총액 기준 세계 11위로 자라났다. 전체 증시에 외국인투자자의 비중도 30%를 넘어섰다. 그러나 최근 해외 증시와 비교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저평가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올해 초부터 기업의 가치 제고 계획 공시 독려 등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소 역시 9월 기업가치가 우수한 기업 대상의 투자 유도를 목적으로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다. 이 지수를 기반으로 4일 국내 자산운용사 12곳의 ETF(상장지수펀드)와 증권사 1곳의 ETN(상장지수증권)도 각각 출시됐다.
한국 국채가 10월 글로벌 채권 대표지수로 꼽히는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정부와 관계기관이 함께한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시장 접근성 확대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며 "2025년 6월 파생상품시장에 야간거래를 도입하는 등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유입 확대를 통해 한국 자본시장 수요기관이 늘어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지원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그는 "거래소는 상장기업의 ESG 활동을 촉진하면서 관련 공시 활성화도 지원하겠다"며 "아울러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책임경영 역시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축사를 통해 "자본시장 선진화는 기업‧국민의 상생과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라며 "부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금융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자본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 투자자의 접근성 제고, 주주가치 기업경영 확립을 자본시장 정책의 주요 기조로 제시했다. 시장질서 확립의 구체적 예시로는 공매도 제도의 개선방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9월 국회에서 의결된 점을 들었다.
투자자 접근성 제고 방안으로는 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 및 국채 통합계좌 개설 등을 예로 들었다. 주주가치 기업경영 확립을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 등을 핵심 의제로 추진 중이며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기업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세제지원 확대, 주주환원 촉진 세제 등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법안이 많다"며 "상장폐지의 요건 엄격화와 신속한 절차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증시 성과가 해외보다 부진하고 많은 국내투자자가 해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는데 정책 담당자로서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며 "한국 증시 밸류업은 국민 모두의 공통 과제이자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날 KCMC2024 개회식에는 케빈 스나이더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 데니스 리 S&P다우존스지수부문 글로벌 대표 등도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이날 밸류업 ETF를 내놓은 자산운용사 12곳의 대표 및 ETN을 출시한 증권사 1곳의 대표도 세레모니에 참여했다.
KCMC2024는 거래소에서 4~5일 양일간 개최하며 한국 자본시장의 도전 과제 및 기회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4일에는 밸류업 프로그램, 한국 증시 제도 개선, EPT(상장지수상품)시장 발전 방향 등 3개 세션이 진행된다. 5일에는 ESG를 통한 가치 창출, 파생상품시장의 미래 등 2개 세션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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