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뉴스 랭킹 이슈 오피니언 포럼
대체투자 속보창
Site Map
기간 설정
딜사이트S 더머니스탁론
습설 무게같은 VC의 투자회수
한은비 기자
2024.12.18 09:22:09
다운라운드 비중 증가세…코리아디스카운트 회복 '시급'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6일 08시 3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언스플래쉬)

[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때아닌 폭설이 강타한 지난 11월. 도시 한복판에 우뚝 서 있던 나무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무거운 '습설(젖은 눈)'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면서 올해 눈소식이 들려올 때면 설렘보단 두려움이 앞선다. 습설의 무게는 건설(마른 눈)보다 3배가량에 달한다. 아래에 깔린 눈이 눌리면서 무게가 더해지는 형태라 적설량이 많을수록 사고 위험성은 커진다. 최근 벤처시장에도 쌓일수록 무서워지는 습설 같은 존재가 드러나고 있다. 바로 기업가치다.


현재 다수의 중소·벤처기업들이 내수시장 침체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000개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절반(48.8%)이 올해 경영환경을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경영난의 주요 요인은 내수판매 부진(74.4%)을, 올해 가장 유용했던 정부 정책은 경영안정(운전자금) 지원(26.0%)을 꼽았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어려운 혁신기업들을 중심으로는 생존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초기기업들이 자사의 영업을 유지하고 적절한 시기에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자금 확보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국내 증시 부진으로 기업의 '다운라운드(Down Round)'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존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다운라운드는 투자유치 기업이 이전 투자라운드보다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낮춰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투자 규모보다 투자 시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미국은 투자라운드를 기준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이전 투자자들이 후속투자에 관여할 수 없다. 기존 투자자보다 신규 투자유치에 참여한 리드 투자자의 주장이 보다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는 형태다.

관련기사 more
연초 효과에 기대는 IPO 기업들 너도 나도 AI, '속 빈 강정 될라' 기술특례사의 애티튜드 정책펀드와 RWA 상관관계

반면 국내 비상장사들은 투자유치를 진행할 때 투자사마다 별도로 계약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기존 주주들은 투자한 기업이 후속투자 요건을 설정할 때 자신들의 실리를 따져 개입할 수 있다.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항이 대표적인 예다. 즉 존폐 위기에 직면한 기업이 밸류에이션을 전보다 낮게 설정해 긴급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싶어도 먼저 기존 주주들의 동의를 일일이 받아내야만 하는 셈이다. 


그러나 수익성을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VC(벤처캐피탈)에게 다운라운드는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과거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해 투자를 결정한 기관이 추후 기업의 자금줄을 쥐게 되는 구조다.


주목할 점은 기업가치의 하향 조정보다 투자대상의 폐업이 손실 측면에서 더 치명적인 데도 다운라운드 추진을 선뜻 승인하지 않는 VC들의 모습이다. 이는 기업의 위기가 일시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다. 피어그룹(비교그룹)조차 업황 부진에 시달려 저조한 가치를 책정 받고 있다 보니 다운라운드 이후 벤처기업의 턴어라운드(실적 개선) 또한 장담할 수 없다. 다시 말해 후속투자의 효용을 낮게 바라보면서 신중한 판단을 내리는 데 힘쓰는 것이다.


습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꺾여버린 나무를 보고 사람들은 눈을 탓하지 않는다. 환경 전문가들은 눈사태 이후 기후위기를 지적했다. 서해의 해수면 온도가 초겨울까지도 이상 고온을 유지하면서 수증기가 대기 중에 대량으로 공급됐고 이로 인해 습설이 대량으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밸류업(Value-Up)을 견인해온 기업이 높은 밸류에이션에 무너지더라도 VC들을 나무랄 순 없다. VC의 영리적 목적을 간과해선 안 된다. 지난해 VC 업계 내 다운라운드 비중은 20%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해진다. 기업의 재도약을 무력화하고 VC들의 회수작업을 비활성화시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서둘러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딜사이트S 성공 투자
종근당
Infographic News
금융 vs 법률 vs 회계자문 실적
Issue Today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