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한파는 12월 비상계엄 선언사태로 정점을 기록하고 해를 넘겼다. 몸값만 조 단위에 이르는 기업들이 수요예측 부진 등을 이유로 상장을 철회하며 1월 연초효과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월에 IPO가 집중되는 현상은 매년 시장의 분위기와 상관없이 반복됐다. 기관투자가들이 자금 집행을 시작하면서 투자 예산에 비교적 여유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지난해의 한파가 이어지며 올해 연초효과는 반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IPO 시장은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로 시작했다. 2024년 1호 상장기업인 우진엔텍은 상장 첫날 공모가 5300원 대비 300% 오른 2만1200원에 마감했다. 3거래일 간 수익률은 무려 484.91%에 달했다. 현대심스 역시 주가가 공모가 대비 4배 가까이 오르며 공모주 투자 열기를 끌어올렸다. 2023년 정부가 상장기업의 상장일 주가 변동폭 상한을 400%로 확대한 덕분이었다.
이러한 훈풍은 상반기 내내 이어졌다. 케이웨더와 엔젤로보틱스 등 상반기에 신규 상장한 기업들 대부분이 상장일 당시 공모가보다 100~200% 오른 주가로 거래를 마감했다. 정부 규제가 완화되며 기관투자가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졌고 개인들도 이 흐름에 올라타며 상반기 분위기를 달궜다.
하반기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7월 초 상장한 이노스페이스가 첫날 공모가(4만3900원) 대비 20.44% 하락 마감한 데 이어 같은 달 상장한 엑셀세라퓨틱스도 16.7% 떨어졌다. 상반기 기준 상장기업 중 절반 이상의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내려앉았다. 한파가 불어닥친 시장을 의식한 탓에 미트박스 글로벌은 지난해 11월 수요예측까지 마무리한 상태에서 상장을 철회하고 공모가를 하향조정해 오는 13일 공모청약에 재도전한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 상반기 과열된 분위기가 정상화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의 규제 완화 영향으로 형성된 거품이 꺼지며 시장의 평가를 합리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시각이다. 공모가를 상회하는 주가 흐름은 환영할 일이지만 비정상적인 폭등 이후 찾아올 후폭풍보다 가벼운 마음의 출발이 더 낫다는 것이다.
여의치 않은 시장 분위기가 이어지는 탓에 시장은 매년 그랬 듯 1월 '연초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한 차례 상장을 미룬 미트박스글로벌(13~14일)을 시작으로 ▲아스테라시스(14∼15일) ▲와이즈넛(15~16일) ▲데이원컴퍼니(15∼16일) ▲삼양엔씨켐(16∼17일) ▲위너스(17~20일) ▲아이지넷(20∼21일) ▲파아이이(20∼21일) ▲LG CNS(21∼22일) 등 9개 기업이 공모청약을 앞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분위기에서 상장을 진행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시장의 거품은 전년 대비 상당 수준 수그러들 전망이다. 공모청약에 앞서 진행할 수요예측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될 전망이다.
IPO 예정 기업들은 수요예측에 앞서 회사 본연의 가치와 성장잠재력을 객관적으로 따져볼 시기다. 거품이 가라앉은 시장에서 연초효과에 기대지 않고 회사의 역량으로 평가를 받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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