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SK네트웍스가 인공지능(AI) 사업형 투자회사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사업부 분할을 진행 중인 가운데 오는 12월로 결정한 트레이딩(중개무역) 부문의 분할 시점이 절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레이딩 사업부가 우호적인 영업 환경에 힘입어 호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SK네트웍스가 올 3분기 중 트레이딩 부문의 분사를 완료했다면, 본체가 누릴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 12월 SK트레이딩 분할·설립…AI 컨트롤타워 목표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내달 1일부로 트레이딩 사업부를 분할하고 'SK트레이딩'(가칭)을 신규 설립한다. 다만 사명은 변경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동일한 사명을 사용하는 기업이 2곳이나 있기 때문이다.
앞서 SK네트웍스는 올 6월 AI 컴퍼니로의 진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사업부 물적 분할을 결정했다. 사실상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SK네트웍스가 AI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주도하고, 각각의 자회사들이 독립적인 의결 체계를 거쳐 경영 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SK네트웍스는 8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 분할을 의결했으며, 9월 곧바로 자동차 경정비 사업의 'SK스피드메이트'를 출범시켰다.
SK네트웍스가 AI 중심 사업형 지주사로의 변신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은 최근이다. 2021년만 해도 단순 사업형 투자사라는 다소 두루뭉술한 목표를 제시하는 수준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부터 'AI 사업 컨트롤타워'라는 명확한 지향점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로 SK네트웍스가 핵심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이던 SK렌터카와 SK매직 일부 사업부를 매각하며 총 8300억원 가량을 조달한 배경에는 AI 관련 투자 실탄 확보가 있다. AI 연계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한편, AI 관련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해서다.
◆ 트레이딩 3Q 실적 전망 '好好'…자회사, 실적 기여 '한계'
주목할 부분은 SK네트웍스가 화학제품 중심의 무역을 전개하는 트레이딩 사업부 분할 일정을 늦춰 잡으면서 쏠쏠한 이득을 누리게 됐다는 점이다. 트레이딩 사업부가 SK네트웍스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1.5%, 10% 수준으로 꽤 높다. 해당 사업부는 올 상반기 말 기준 매출 8083억원과 영업이익 44억원을 기록했다.
SK네트웍스 트레이딩 사업부는 ▲PX(파라자일렌)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MEG(모노에틸렌글라이콜) 등 화성 원료제품과 ▲BZ(벤젠)▲S M(스타이렌 모노머) ▲ToI(툴루엔) ▲MX(자일렌) 등 아로마틱 제품, ▲MeOH(메탄올) ▲PU(폴리우레탄) 원료 등 석유화학 제품을 취급한다. 50년이 넘는 업력으로 쌓은 공급업체와 고객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 중이다.
올 3분기 전망은 긍정적이다. 화학제품 단가 상승과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서 매출 성장을 견인했을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 추정한 트레이딩 부문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000억원, 18억원 안팎으로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다.
실제로 올 2분기 SK네트웍스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이던 메탄올의 경우 올 3분기 기준 톤(t)당 344달러로, 전년 동기(289달러)보다 20% 가량 인상됐다.
SK네트웍스는 트레이딩 사업부를 아직 떼 내지 않은 만큼 해당 사업 실적을 온전히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네트웍스의 외형 성장과 수익 확보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트레이딩 부문의 성과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트레이딩 부문이 SK네트웍스 자회사 분할을 완료한 상황이었다면, 호실적은 연결기준 매출과 지분법 손익에만 영향을 미친다.
한편 SK네트웍스가 지난달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안에 따르면 올해 실적에 대한 결산 배당으로 정기 200원과 중간 50원+알파(α) 수준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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