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고려아연이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반격에 돌입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포함해 최 회장 일가가 영풍정밀 지분 25%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나선 것. 아울러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취득한다고 발표하면서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과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등 최씨일가 3명은 특수목적법인(SPC)인 제리코파트너스를 통해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나선다고 공시했다. 최 회장 일가는 자기자금 300억원과 함께 881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차입금 조달계약은 하나증권과 맺은 가운데 금리는 5.7%로 정해졌다. 매수가격은 주당 3만원이다.
최윤범 회장이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선 건 영풍정밀이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에 핵심 계열사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앞서 MBK가 영풍정밀을 주당 2만5000원에 매수하기로 결정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앞서나가려 한 것이다. 영풍정밀을 가져오게 되면 최 회장 측 지분 1.85%도 감소하게 되는 효과도 있다.
다만 최 회장 측이 이번 반격에 나서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기류가 변화하게 됐다. 만약 주주 참석률 50%·국민연금(7.8%) 기권·자사주 의결권 제한(2.4%) 등을 가정할 때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최저목표인 6.98%를 확보하고 영풍정밀 지분 1.85%까지 보유하게 된다면 해당 연합은 기타주주 40%만 설득해도 과반수 찬성을 얻는다. 지분 10%를 공개매수한다면 기타주주 설득 필요요건은 10%대로 줄어든다. 사실상 MBK파트너스가 승리하는 구도였다.
반대로 고려아연이 영풍정밀 지분을 지킨다면 고려아연은 반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앞선 조건으로 MBK가 최소 목표수량인 6.98% 공개매수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MBK가 주주총회서 출석주주의 과반수 찬성을 받아내기 위해선 기타주주의 최소 66%를 설득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법원에서 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고려아연의 방어권 수단이 늘어났다. 이에 고려아연은 총 320만9009주를 1주당 83만원에 공개매수할 예정이다. 발행주식총수의 약 15.5%에 해당한다. 고려아연은 TROIKA DRIVE INVESTMENT, L.P.(베인케피탈)과 함께 공동매수에 나선다. 베인케피탈의 최대 취득예정주식수는 517,582주(발행주식총수의 약 2.5%)다. 고려아연과 베인케피탈이 목표로 하는 총 지분율은 18%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은 단기차입금을 늘렸다. ▲금융기관 차입 1조7000억원 ▲사모사채(만기 1년이하) 1조원 등 총 2조7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금융기간 차입금 1조7000억원은 차입약정한도 금액으로 실제 차입금액은 고려아연의 인출요청에 따라 정해진다.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15.5% 매입하게 된다면 최 회장 측은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방해함과 동시에 자기주식 매수를 통한 방어수단을 효과적으로 마련하게 됐다.
고려아연은 이번에 매입한 자기주식 전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소각할 예정이다. 현재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한도 및 배당가능이익은 6조987억원이다. 아울러 이 회사는 금융권 차입 및 사모사채 등으로 총 2조7000억원을 차입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자기주식 취득은 주주가치 제고의 일환"이라며 "개인주주도 더 좋은 가격을 제시하고 믿음을 주는 쪽 편을 들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의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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