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DGB금융지주 회장을 겸직 중인 황병우 iM뱅크 행장이 올해 말 은행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황 행장이 연임을 통해 회장과 행장 겸직 체제를 이어갈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DGB금융지주는 올해 초 황 행장을 지주 회장으로 선임하며 행장직을 겸임하게 했다. 새로운 행장 선임 과정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시중은행 전환을 앞둔 iM뱅크 행장의 공석 상태를 길게 가져갈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따라서 시중은행 전환이 마무리된 만큼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지배구조 선진화 차원에서 회장과 행장 분리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iM뱅크의 영업기반과 내부 체계가 다듬어지는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 겸직 체제가 1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최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차기 iM뱅크 행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임추위는 평가를 거쳐 1차 후보군과 2차 후보군을 선정하고, 12월 중순 최종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황병우 iM뱅크 행장은 1967년생으로, 2011년 DGB금융지주 출범 이래 최연소 은행장이다. 앞서 1995년 9월 대구은행 금융경제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대구은행 본리동지점장(2017년)을 거쳤고, 지난 2018년 DGB금융지주로 옮겨와 경영지원실장, ESG전략경영연구소장 등을 맡았다. 지난해 1월 부행장직을 건너뛰고 그룹지속가능경영총괄 전무에서 바로 행장에 올랐다. 통상 은행장의 임기가 '2+1'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로 1년을 연임 수 있는 셈이다.
변수는 황 행장이 올해 2월 DGB금융 회장으로 선임됐다는 점이다. 회장 임기는 오는 2027년 3월, 행장은 올해 12월까지다. 당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황 행장 교체 시 신임 행장 선임 절차에 따른 행장직 공석 장기화 우려와 시중은행 전환 과제를 수행 중에 있다는 이유로 겸직체제를 결정했다. 이에 더해 행장 교체에 따른 인수인계와 임원 및 계열사 대표 인사 등의 업무도 겸직체제의 이유로 꼽혔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황 회장이 행장직을 임시로 맡았다고 분석해왔다. 특히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가 내년부터 새로운 행장 체제에서 서비스 고도화를 진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은행과 의사결정 구조를 분리하는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지주사 회장직과 은행장직을 분리해야 할 요인으로 제기됐다.
실제로 차기 iM뱅크 행장의 과제는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우선 실적 개선이 급선무다. 올해 상반기 iM뱅크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6.1% 감소했다. DGB금융 순이익은 증권사 손실 여파로 56.2% 급감했다.
iM뱅크는 시중은행 전환을 계기로 인터넷은행과 기존 은행을 결합한 '뉴하이브리드 뱅크' 사업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소매금융은 모바일 플랫폼 중심, 기업금융은 '찾아가는 금융서비스' 중심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구·경북지역 여신 비중이 70% 이상으로 높아 형식 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실질적인 시중은행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달 중 발표 예정인 DGB금융의 밸류업 계획도 iM뱅크를 중심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지난달 밸류업을 위한 경영계획으로 월간활성이용자수(MAU) 500만명 확보와 자산건전성 관리 등을 제시했는데, 인터넷뱅킹의 특성 강화와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 개선 등을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DGB금융의 올해 상반기 RWA는 45조433억원 규모다. 지난해 말 43조9722억원에서 6개월 만에 1조711억원 늘었다. CET1비율은 11.21%로 12%대인 지방은행, 13%대인 시중은행에 비해 열위하다. 실제로 타행의 CET1비율은 ▲BNK금융 12.16% ▲JB금융 12.51% ▲신한금융 13% ▲KB금융 13.4% 등이다.
행장이 교체될 경우 은행 부행장급 인사와 지주사 부사장들이 후로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DGB금융 부사장은 김철호(1965년생) 그룹감사총괄, 강정훈(1969년생) 이사회사무국장 겸 ESG전략경영연구소장, 박병수(1966년생) 그룹리스크관리총괄 등 3명이다. iM뱅크 부행장은 이상근(1967년생) ICT그룹장, 이해원(1966년생) 영업지원그룹장 등 2명이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황 회장이 겸직체제를 당분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DGB금융의 경우 은행 순이익이 지주 전체 실적의 9할가량을 차지해 사실상 겸직체제를 분리하는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DGB금융그룹 전체 순이익 4122억원 중 iM뱅크 비중은 88%(3639억원)에 달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의 경우 iM뱅크의 실적 기여도는 100%를 넘는다. iM뱅크의 상반기 순이익은 2101억원으로 DGB금융그룹 순이익 1438억원보다 많다. iM증권(옛 하이투자증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충당금 적립(1509억원) 탓에 손실분이 반영된 결과다.
이에 더해 출범 초기 사업모델 안정화와 수익성 및 건전성 확보가 iM뱅크 경영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며 일관성 있는 경영전략 추진도 필수적이라는 점도 겸직 체제 유지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에서 은행의 실적 기여도가 90%에 달하면 그룹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은행장과 회장을 분리하는 게 의미가 없다"며 "시중은행의 경우 은행 순이익이 전체의 50~60%가량"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행장 추가 임기 1년 연임이 가능한데다, 초기 행장 교체로 일관성 있는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연임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DGB금융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임추위를 통해 자회사 최고경영자 경영승계계획을 수립했다"며 "현재 정확한 후보군과 추후 승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