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DGB금융그룹이 자본을 재배치 하는 포트폴리오 전략 수정에 나섰다. 현재 타 금융그룹 대비 열위한 자본적정성으로는 적극적인 자산 확대를 통한 수익성 제고에도 애를 먹는 데다 주주환원에도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DGB금융은 자본 효율성 중심의 전략 수정을 통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를 성장 모멘텀으로 삼는 한편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주주가치 제고에도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은 그룹 자본을 재배치하는 등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큰 틀에서는 제한된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본비율 목표를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 단계적 목표 달성을 위해 그룹의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 그룹 CET1비율 11.21%…RWA 관리 필요성 ↑
DGB금융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올해 1분기 11.12%를 기록하면서 작년말 대비 11bp(1bp=0.01%) 하락했다. 2분기에 11.21%로 9bp 상승했지만 타 금융지주와 비교해 확연히 열위한 수준이다. JB금융지주는 12.51%로 12% 중반을 기록했고 BNK금융지주는 12.16%로 전분기 대비 16bp 상승하며 유의미한 자본비율 상승세를 나타냈다.
iM뱅크가 본격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며 전국구로 영업망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은 DGB금융의 자본비율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에서 넉넉지 못한 자본적정성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제동을 거는 요소로 꼽힌다.
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익잉여금을 충분히 쌓아야 하지만 대규모 충당금 이슈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DGB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15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1.6% 줄었다.
이에 DGB금융이 꺼내 든 카드가 RWA(위험가중자산) 관리다. 천병규 DG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4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시중은행 전환 후 고성장으로 자본비율이 급격히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알고 있다"며 "은행과 비은행 간 적극적인 RWA 관리를 통해 자본비율을 연말 기준 11% 이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11%선 사수는 당연하고 11% 중반을 목표로 RWA 관리와 수익성 회복에 전념하겠다는 설명이었다.
언뜻 보면 우리금융지주의 방향성과 유사하다. 우리금융도 올해 초 자산 포트폴리오 개선 등 RWA 관리를 통해 CET1비율 제고에 나섰다. CET1비율은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로,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값이다. 증자나 이익잉여금 확대를 통해 분자인 총자본을 늘리기 힘드니 RWA를 줄여 CET1비율 제고 효과를 얻겠다는 의도다.
◆ DGB금융, 은행-비은행 간 RWA 재배치
DGB금융은 단순 RWA 관리를 넘어 은행과 비은행 간 RWA 재배치를 통해 자본비율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주력 자회사이자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를 중심으로 성장을 지원하는 한편 비은행 자회사의 RWA 감축을 통해 그룹 전체 자본비율을 관리한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예컨대 자회사의 RWA는 줄이고, 은행은 우량자산 위주의 대출자산 확대로 CET1비율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iM뱅크는 하반기에 가계대출 중심의 자산 성장 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RWA는 대출자산의 성격에 따라 위험 비중이 차등 적용되는데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 평균은 15.2%로 낮은 편이다. 중소기업대출의 위험가중치 평균이 45.5%인 것을 감안하면 3분의 1수준이다.
iM뱅크의 여신구조를 살펴보면 기업대출이 총대출(56조9315억원)의 60.9%(34조6721억원)를 차지하는데, 이 중 중소기업대출이 30조1109억원에 달한다.
DGB금융 관계자는 "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의 주력 사업군인 2차전지와 자동차부품 산업이 조정을 보이는 중"이라며 "업황 전망은 나쁘지 않지만 은행 입장에선 취약차주의 익스포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RWA에서 유리한 가계대출 위주로 여신 성장을 추진한다면 증권 등 비은행 자회사는 부실자산 상매각을 통해 RWA를 관리할 계획이다. 특히 PF 익스포저가 규모가 큰 증권 자회사의 경우 중후순위 채권 등 매각 자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현재 자본 재배치 방안 설립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하반기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와 함께 구체적인 자본 재배치 내용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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