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아세아그룹 상장 계열사인 ㈜아세아(지주사)와 아세아제지, 아세아시멘트 3사가 통합설에 휘말렸다. 아세아그룹 주요 주주인 VIP자산운용(VIP운용)이 중복 상장에 따른 디스카운트(저평가)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세아그룹 상장사 통합이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VIP운용의 투자 목적이 경영권 확보가 아닌 주주권리 보호이기 때문에 강제적인 물리력 행사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 VIP자산운용, 3대주주 지위…주주권 보호 임무 수행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형 가치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VIP운용은 현재 아세아 주식 11.81%를 보유 중이다. VIP운용이 처음 아세아 주주로 등장한 것은 2021년 8월로, 이 회사 주식 5.14%를 취득하며 신규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대량 보유한 자는 지분 보유와 변동 현황, 보유 목적 등을 공시해야 한다. 수년 간 주식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던 VIP운용은 이훈범 회장(14.23%), 이병무 명예회장(11.85%)에 이어 3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아세아 주식을 사들인 초기만 해도 '단순 투자' 차원이라고 밝혔던 VIP운용은 2022년 2월 투자 목적을 '일반'으로 변경하며 주주권 보호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VIP운용은 "아세아의 일상적인 경영 활동에 영향을 미칠 의도나 목적은 없지만, 투자자 이익을 위해 주주환원 정책의 개선 요구 등 소수 주주의 기본 권리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VIP운용은 아세아의 우호적인 투자자로 선진화된 주주정책을 도입하는데 집중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다. 먼저 아세아 주가의 자산가치와 이익 체력을 고려할 때 경쟁사 대비 현저하게 저평가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배경으로 낮은 배당성향과 보수적인 재무정책, 오너 가족회사와의 내부거래 및 배당성향 차이를 꼽았으며,아세아가 주주환원율을 4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메리츠금융 중복 상장 소거, 주가 긍정적…아세아그룹 적용 기대
눈길을 끄는 부분은 최근 들어 아세아그룹 상장사 소액주주 사이에서 통합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VIP운용이 과거 메리츠금융지주의 중복 상장을 해소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아세아그룹 역시 유사한 과정을 밟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예컨대 VIP운용은 그동안 메리츠금융지주가 이른바 '쪼개기 상장' 탓에 높은 순이익과 자기자본이익률(ROE)에도 주가수익비율이 저조하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이에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총 3개 상장사 가운데 지주사를 제외한 모든 회사를 100% 자회사로 편입시킨 뒤 상장 폐지시켰다.
여기에 더해 메리츠금융지주는 연결 순이익의 50% 이상을 돌려주는 공격적인 주주환원책을 이행 중이다. 그 결과 메리츠금융지주는 17조원을 웃도는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KB금융지주(30조원)에 이어 업계 2위를 달리고 있다.
아세아그룹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단행하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 역시 합병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VIP운용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 회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의 경영 활동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풀이다.
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인 만큼 67%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자사주는 의결권을 가지지 못하지만 유효 의결권 수를 축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합병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확보해야 할 주식 수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 김민국 VIP운용 대표 "통합 결정 경영진 몫"…그룹 차원 주가부양 노력
VIP운용과 아세아그룹 양측 모두 상장사 통합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특히 VIP운용의 경우 3개사 통합은 경영진이 결정할 일이며 소수 주주가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민국 VIP운용 공동 대표는 "쪼개기 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인 데다 상장 유지를 위한 각종 비용과 계열사 간 이해상충, 내부 이전가격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진다"며 "상장사를 1곳만 보유하는 것이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는 원론적인 입장일 뿐"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만 보더라도 지주사와 자회사가 동시 상장된 경우가 없는데, 기업가치 희석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각에서 VIP운용이 물밑에서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흘리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메리츠금융그룹에 투자한 경험치가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아세아그룹의 주가 밸류에이션을 올리기 위한 방향성을 제안하고 있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이해상충 부분 등이 해소되면 순차적으로 합병을 진행할 수 있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아세아그룹사 전반에서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계열사 통합 필요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실제로 아세아는 2021년 사업연도 기준 5.28%에 불과하던 배당성향을 이듬해 8%로 늘렸고, 지난해에는 9.24%로 끌어올렸다. 이 기간 주당 배당금도 3000원→3750원→5000원으로 증가했다.
아세아는 VIP운용이 투자 목적을 바꾼 이후 총 세 차례에 걸쳐 12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실시했다. 자사주 소각은 시중에서 유통되는 주식수가 감소하는 만큼 주당순이익(EPS)가 증가할 뿐 아니라 주가 상승 효과도 가져온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확대는 아세아제지, 아세아시멘트에서도 동일하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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