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아세아그룹 골판지원지 제조사인 아세아제지 소액주주들이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아세아제지 주가가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저평가 해소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업계는 아세아제지가 2023년 주주연대와의 갈등 이후 친주주기업으로 탈바꿈한 만큼 이번 주주제안을 수용할 지에 주목하고 있다.
21일 제지업계 등에 따르면 아세아제지 주주연대는 이달 초 핵심 경영진과 면담을 갖고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 제안서에는 ▲감액배당 확대 실시 ▲2026년 연내 취득 예정이던 자사주를 상반기 중 조기 취득 ▲2026년 연내 소각 예정이던 자사주 조기 소각 ▲적극적인 기업활동(IR) ▲아세아 3사 합병 총 5가지의 요구 사항이 담겼다.
◆ 2023년 이후 약 2년 만에 주주행동…당시 주주환원 강화 성과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아세아제지 주주연대가 약 2년 만에 다시 움직였다는 점이다. 앞서 아세아제지 주주연대는 2023년 회사가 배당을 등한시할 뿐 아니라 인위적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가 없다며 강하게 항의해 왔다. 특히 주주연대는 그 해 6월 사측과의 표 대결도 준비했다.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기 위해 주주명부열람·등사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시기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아세아제지 최대주주인 아세아㈜가 확고한 지배력(47.2%)을 구축한 만큼 표면적으로 주주연대가 절대적인 열위였다. 하지만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시 적용되는 '3%룰'을 고려하면 주주연대가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열려있었다. 아세아㈜와 특수관계자가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이 5.6%에 그쳤기 때문이다.
결국 오너 3세인 이훈범 아세아그룹 회장은 아세아제지 주주연대가 소송을 제기한 지 한 달 만에 이들의 요구 사항을 대거 수용했다. 아세아제지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간 ▲배당확대 ▲자사주 취득 ▲자사주 소각 ▲주식분할 ▲IR활동 강화 등을 이행하기로 했다. 특히 아세아제지의 기업가치가 상승할수록 이 회장의 승계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에서 대승적인 결단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 자사주 매입·고배당 등 행보…주가 여전히 부진, PBR 0.33배
문제는 아세아제지의 강도 높은 주주친화정책에도 주가 부양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점이다. 주주가치 제고안이 공시된 다음날 이 회사 주가는 14% 상승하며 4만원 고지를 돌파했지만, 지속적인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아세아제지가 지난해 초 공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데다, 주당 1920원의 결산배당금을 책정하면서 주가는 다시 한 번 탄력을 받는 듯 보였다. 하지만 주가를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기엔 부족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4월에는 5 대 1 액면분할을 실시하며 유통주식수를 늘렸지만,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아세아제지 주가는 7000원 초반대에 머물고 있으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3배다. 동종업계 평균 PBR이 0.78배라는 점에 대입하면 매우 저평가된 상태인 것이다. 액면분할 이전 주가를 추산하더라도 3만5000원 선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주연대가 직접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 감액 배당 확대·자사주 조기 매입 및 소각 등 5가지 제안
아세아제지 주주연대는 먼저 감액 배당 규모를 확대하라는 입장이다. 회사는 올 9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자본준비금의 이익잉여금 전환을 결의했다. 상법 상 자본준비금 및 이익준비금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할 경우 계정 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세아제지는 올 상반기 말 기타불입자금이 2069억원으로 자본금(448억원)을 4.6배 가량 상회했다.
이에 아세아제지는 총 504억원의 계정 이동으로 올 3분기 말 기준 이익잉여금 규모를 5404억원까지 늘렸다. 하지만 주주연대는 감액 배당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600억원에 육박하는 만큼 재무적 여력이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주연대는 당초 내년 취득하기로 한 자사주 매입과 소각 시점도 앞당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기존 계획은 연내 취득 및 소각이지만, 이를 상반기 중 조기 취득 및 소각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소각의 경우 단기적인 효과 극대화를 위해 내년 2~3월 중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연말 중 2000억원을 투자해 증설한 청주 판지공장의 본격적인 상업가동이 시작되는 만큼 적극적인 대외 홍보로 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계열사 중복 상장 폐지도 있다. 다만 주주연대 관계자는 "아세아제지 주가가 저평가된 상황인 만큼 현 시점에서의 합병은 불리하다"며 "합병안은 앞단의 4가지 요구 사항을 우선 이행한 뒤 최후 방안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글로벌 불황에 수익 하락세…사측도 주가 정상화 동참 관측
업계는 회사 측이 주주제안을 모두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을 견지 중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여파로 골판지 수요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등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서다.
예컨대 아세아제지는 수익성이 축소되고 있다. 올 3분기 연결기준 이 회사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5% 줄어든 48억원을 기록했으며, 순이익 역시 30.1% 감소한 43억원에 그쳤다. 별도기준으로 보면 수익성 하락폭은 더욱 크다.
하지만 주주연대가 소송전도 불사할 만큼 강성이라는 점에서 일부 수용 쪽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아세아제지 경영진도 현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고, 주가 부양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는 기조인 만큼 주가 정상화를 위한 추가적인 액션을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아세아제지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주주제안서를 수령하지 않은 터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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