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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진피앤피 오너 정연욱, 놓을 수 없는 IPO 꿈
이세정 기자
2026.02.09 09:00:17
2021년 상장 준비, 업황 부진·실적 악화 '난관'…과거 산은 눈칫밥, 재무적 독립 의지
이 기사는 2026년 02월 06일 11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연욱 아진피앤피 대표이사. (출처=아진피앤피 홈페이지)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국내 중위권 골판지 제조사인 아진피앤피가 기업공개(IPO) 재도전 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골판지 원지 시장이 역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진피앤피 오너인 정연욱 대표이사가 원지 가격을 올리며 인위적인 재무건전성 확보에 나섰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해서다.


6일 제지업계 등에 따르면 아진피앤피는 지난해 12월 말 거래처를 대상으로 가격 인상 공문을 전달했다. 태림페이퍼가 가장 먼저 판가 조정 포문을 열자 곧바로 인상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연산 60만톤(t) 규모의 아진피앤피는 국내 골판지 원지 시장 과점 5개사(아세아제지·태림페이퍼·신대양제지·삼보판지·한국수출포장공업)에 포함되지는 못한다. 이들 5개사의 연간 개별 생산량은 100만톤 안팎이며,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이다. 아진피앤피는 연산 30만톤의 한솔페이퍼텍 등과 함께 중견사로 분류된다.


◆ 팬데믹 '금판지' 호실적에 상장 결심…판가 인상 덕 수익성 '쑥'

아진피앤피가 골판지 원지 가격을 올리는 주된 배경에는 IPO가 자리 잡고 있다. 이 회사가 처음 IPO에 도전한 것은 2021년이다. 당시 아진피앤피는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에 따른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호황기를 맞았다. 실제로 2019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1912억원과 54억원 수준에 그쳤다.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 매출은 34.4% 증가한 2569억원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도 135.2% 폭증한 127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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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진피앤피는 이듬해 호실적을 이어가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회사는 2021년 기준 매출이 14.8% 성장한 2949억원, 영업이익이 64.6% 확대된 209억으로 집계됐다. 팬데믹 장기화로 이른바 '금(金)판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 판단한 아진피앤피는 2022년을 목표로 본격적인 IPO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주목할 부분은 아진피앤피가 IPO 기반을 다지기 위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아진피앤피는 2021년 골판지 원지 가격을 조정하면서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원지 수급 불균형을 표면적인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IPO에 맞춰 수익성 중심의 재무 운용 전략을 펼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판가 인상에 힘입은 아진피앤피는 2021년 순손실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2022년에는 전년 대비 27배 성장한 13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 2024년 매출 줄고 적자전환, 2025년도 부진 관측…"실적 목표 미달성"


아진피앤피의 IPO 추진 계획은 계속해서 미뤄지는 모습이다. 특히 2024년 급격한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마이너스 수익성을 내고 있는 만큼 현 시점에서 IPO 도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기간 매출은 전년 대비 4% 가량 축소된 2515억원으로 선방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국내 골판지 원지 생산량이 2023년 대비 오히려 2% 늘어났음에도 수익성이 약화된 것이다. 더군다나 아진피앤피가 단순 제조사인 만큼 기술특례 상장 등의 제도를 활용할 수도 없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성적표도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경쟁 상장사들의 수익성이 대부분 뒷걸음질 쳤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실제로 생산량 기준 업계 1위인 아세아제지는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영업이익은 10% 가량 감소했으며, 일부 업체는 적자 전환하기도 했다. 이들 상장사는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한 만큼 중견사 대비 평균 원가를 절감하는데 유리한 상황임에도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진피앤피 실적 추이. (그래픽=신규섭 기자)

골판지 원지 생산량이 전년보다 줄었다는 점 역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판지 원지 생산량은 515만6981톤으로 전년(556만835톤)보다 8% 가까이 감소했다. 아진피앤피 관계자는 "창립 50주년을 맞은 지난해 매출 5000억원과 영업이익 500억원의 비전을 제시했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며 간접적으로 실적 부진을 언급했다.


◆ 30대 초반부터 경영 전면, 14년 간 채권단 눈치…IPO 숙원


아진피앤피 IPO는 오너2세이자 최대주주인 정연욱 대표의 숙원 사업이다. 과거 경영 부실을 이유로 채권단의 경영 간섭을 겪은 전례가 있는 만큼, 상장으로 자금 조달 안정성과 경영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1968년생으로 올해 만 57세인 정 대표는 고(故) 정태화 아진피앤피 창업주의 차남이다. 오너 2세 장남인 정연수 김앤장 변호사는 부친이 작고(2024년 10월)하기 한 달 전 이 회사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동생에 비해 경영 개입 정도는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정 대표는 32세이던 2000년부터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후계자 입지를 다졌고, 43세에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정 대표를 지배구조 최상단에 배치시키는 지분 정리도 2000년 중반께 마무리됐다. 창업주가 85%의 지분으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구조에서 2004년 정 대표가 지분율 21.1%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아진피앤피는 2005년 판가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무리한 투자에 따른 자금난이 겹치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채권단의 공동관리절차는 2011년 종결됐지만, 정 대표가 완전한 자유를 되찾은 것은 2019년이다. 원재료 가격 인하로 수익성이 대폭 확대되면서 아진피앤피의 재무구조는 정상화됐고, 산은은 엑시트(투자금 회수)했다. 


골판지 업계 한 관계자는 "빅5 업체의 경우 과점화와 수직계열 구조를 갖춘 만큼 가격 인상 효과를 충분히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견사도 수익 개선 효과를 일부 기대할 수 있지만, 원가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에서 밀리기 때문에 대형사만큼의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아진피앤피 관계자는 "가격 인상과 관련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며 "IPO는 지속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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