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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판지, 미완의 사촌 경영분리 '골치'
이세정 기자
2025.06.24 09:02:14
'창업주 동생' 류종우 대림제지 회장 일가, 지분 16%…주가 상승땐 교통정리 비용↑
이 기사는 2025년 06월 23일 08시 5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시장 관심이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으로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해소해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는 저PBR 기업에 패널티 부과가 예상된다. 기업을 압박해 스스로 경영 개선 노력을 펼치고, 기업가치 제고에 따라 증시를 끌어올리자는 취지다. 이에 딜사이트는 전통적 저PBR주로 분류되는 제지업과 자동차부품업 등을 중심으로 당면한 과제와 대응 방안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삼보판지 시화공장. (출처=삼보판지 홈페이지)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삼보판지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국내 골판지업계 꼴찌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성장성이 정체된 골판지 산업은 저PBR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하지만 삼보판지는 유독 기업가치 낮다는 지적이다.


시장은 삼보판지의 독특한 주주구성을 저평가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삼보판지는 오너 2세 차남인 류진호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 받았다. 하지만 사촌 형제들이 삼보판지 주식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여서 온전하게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 상장 골판지사 최저 PBR…순자산 증가에도 주가 부진 영향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보판지는 이달 들어 월평균(6월2~20일) 0.26배의 PBR을 형성하고 있다. 이 기간 상장 골판지 4개사의 평균 PBR이 0.43배로 집계된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신대양제지 0.63배 ▲태림포장 0.49배 ▲아세아제지 0.4배 ▲한국수출포장 0.38배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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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판지의 PBR 흐름은 줄곧 우하향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호재가 반영된 2021년 말 기준 이 회사 PBR은 0.6배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말 역사적 저점인 0.2배까지 주저앉았다. 삼보판지 시가총액이 회사를 청산했을 때 얻는 수입의 4분의 1 에 그칠 뿐 아니라, 골판지 회사 중 기업가치가 가장 평가 절하되고 있다는 의미다.


삼보판지 재무 현황. (그래픽=김민영 기자)

주목할 부분은 삼보판지의 순자산(총자산)이다. 이 회사 순자산이 연평균 9% 이상씩 성장하고 있는 만큼 지지부진한 주가가 저PBR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예컨대 2021년 말 4923억원이던 삼보판지 순자산(연결기준)은 ▲2022년 말 5559억원 ▲2023년 말 6094억원 ▲2024년 말 6379억원을 기록했으며, 올 1분기 말 기준 6430억원까지 불어났다.


반면 주가는 팬데믹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2020년 3월만 해도 주당 8000~9000원대를 오갔다. 하지만 그해 연말부터 급상승하기 시작했고, 2021년 5월10일 종가 기준 1만8700원까치 치솟았다. 정점을 찍은 삼보판지 주가는 빠르게 하락했고, 이달 19일 9800원으로 고점 대비 반토막 났다.


◆ 소극적 주주환원, 10% 미만 배당성향…소각 없는 자사주 매입


삼보판지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이렇다 할 노력을 펼치지 않으며 '밸류업 트렌드'에 역행하고 있다. 먼저 삼보판지는 명문화된 배당 정책을 수립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이익 규모나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 확보, 재무구조의 건전성 유지 등을 고려해 배당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에 따라 배당 규모를 확정하는 만큼 변동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삼보판지의 배당성향은 매우 낮은 축에 속한다. 최근 3년간(2022~2024년) 결산 기준 평균 배당성향은 8.73%였는데, 동종업계 유일한 한 자릿수다. 실제로 ▲한국수출포장 39.2% ▲태림포장 29.3% ▲아세아제지 20.2% ▲신대양제지 12.3%로 집계됐다. 아울러 삼보판지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한 2021년 배당성향도 고작 5.26%에 불과했다.


삼보판지그룹 가계도. (그래픽=이동훈 기자)

자사주의 경우 매입은 이뤄지고 있지만, 소각이 동반되지 않고 있어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보판지가 자사주를 처음 확보한 것은 2017년이다. 당시 삼보판지는 그룹사인 대림제지로 파주공장을 양도했는데, 이를 반대한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주매청)을 행사하면서 5만613주를 취득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무상증자에 따른 단주(총 1598주)를 인수했다.


삼보판지는 2020년 3월 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자사주 15만주를, 2023년 7월에는 22만3000주를 매입했다. 또 지난해 7월에 12만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그 결과 삼보판지의 자사주는 올 1분기 말 기준 총 49만4598주(3.2%)로 집계됐다. 하지만 주가를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자사주 소각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2022년에 주매청 행사로 확보한 자사주를 전량 처분했으나, 소각이 아닌 장내 매도였다. 이는 주매청 행사로 인한 취득 이후 5년 이내 처분해야 한다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것이다.


◆ 사촌가문 대림제지 일가 이별 중…PBR 규제 땐 비용유출 가중


시장은 삼보판지의 주가 상승이 오너일가의 자금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회사 최대주주는 삼보판지 창업주 고(故) 류종욱 회장 차남인 류진호 대표다. 류진호 대표는 2005년 부친으로부터 상당수의 주식을 증여받으며 명실상부한 후계자가 됐다. 현 기준 류진호 대표는 삼보판지 지분 33.07%를 보유 중이다. 통상 시장에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평가하는 지분율이 30%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류진호 대표의 지배력은 공고해 보인다.


하지만 오너일가 사이의 지분 교통정리는 아직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류종욱 회장의 동생인 류종우 대림제지 회장 일가가 삼보판지 주식을 적지 않게 확보하고 있어서다. 류종욱 회장 장남인 류동원 동진판지 대표이사는 삼보판지 지분 15.18%를, 차남인 류창승 대림제지 대표는 1.2%를 가지고 있다. 류종우 회장도 소수지만 0.1%의 지분율을 구축 중이다. 이들 3인의 삼보판지 지분율은 총 16.39%로 집계됐다.


삼보판지 주주 현황. (그래픽=김민영 기자)

삼보판지 오너일가와 대림제지 오너일가가 계열 분리를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인 만큼, 삼보판지 주식을 둘러싼 두 가문의 지분 정리가 머지않았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삼보판지는 지난해 3월 대림제지 가문의 류동원 대표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사촌 경영 체제를 매듭지었다. 두 가문이 상법상 특수관계를 끊어낸 것이다.


결과적으로 류진호 대표가 완전한 지배권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대림제지 가문이 보유 중인 주식을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류종우 회장 일가 3인이 보유한 삼보판지 주식을 모두 매입하는데 필요한 현금은 약 260억원이다.  이재명 정부의 저PBR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경우 주가를 부양시킬 수밖에 없고, 류진호 대표의 지출이 커지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삼보판지에 저PBR 사유와 해소 방안 등을 묻기 위해 연락을 했으나 닿지 않았다.


한편 류진호 대표의 친형인 류경호 삼보개발 대표는 경기 포천과 강원 춘천에서 골프장을 각각 운영 중이며, 삼보판지 지분 13.69%를 들고 있다. 또 삼보판지 비상근 사내이사로 급여는 수령하지만,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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