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NH농협생명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은행금융지주(KB·신한·하나·NH농협금융지주) 계열 생명보험사로 한정하면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 고금리 지속 등의 영향으로 투자손익이 반토막 났는데도 보험손익을 대폭 늘리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은 올해 상반기 163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1457억원)와 비교해 12.4%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9.7% 증가한 2944억원으로 집계됐다.
분기별로 보면 2분기 실적 호조가 상반기 실적 증대에 큰 역할을 했다. 순이익은 1분기 784억원, 2분기 855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분기 순이익은 31.6% 감소한 반면 2분기 순이익은 174.9% 증가했다.
금융지주 계열 생명보험사로 확대해서 보면 NH농협생명의 성과는 더욱 도드라진다. NH농협생명은 1분기에 은행금융지주 계열 생명보험사 가운데 순이익이 가장 가파르게 줄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2분기에 가장 돋보이는 성장세를 보였다.
KB금융지주의 KB라이프는 2분기 98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4.8% 증가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신한라이프와 하나금융지주의 하나생명은 오히려 2분기 실적이 뒷걸음질했다.
NH농협생명의 실적 성장을 이끈 건 보장성 보험이었다. 5월 출시한 여성특화 건강보험 상품 등 인기에 힘입어 보장성 보험 판매가 늘어나면서 보험손익도 증가했다. 상반기 보험손익은 281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916억원)보다 46.9% 증가했다.
보장성 보험 판매 확대는 CSM(보험계약마진) 증가로도 이어졌다. NH농협생명의 상반기 말 기준 CSM은 4조773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3% 늘었다.
CSM은 보험사 회계기준이 IFRS17로 바뀌면서 새로 도입된 계정과목으로 이익의 핵심 지표로 여겨진다. 보험사는 미래에 보험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인식하게 될 미실현이익을 부채, 즉 CSM으로 인식한 뒤 계약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이를 상각해 이익으로 반영한다.
NH농협생명은 보험손익과 달리 투자손익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고금리 지속으로 채권 등 보유한 금융자산의 가치가 하락한 탓으로 분석된다. 투자손익은 128억원으로 전년동기(352억원) 대비 63.6% 감소했다.
투자손익 구성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 관련 항목이다. 다른 항목과 비교해 수치 변화가 가파르다. 지난해 상반기 1453억원이던 FVPL 관련 이익은 올해 상반기 832억원으로 42.7% 줄었다.
보험사는 금융자산을 FVPL, FVOCI(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AC(상각후원가측정자산) 등으로 분류하는데 FVPL으로 분류된 금융자산은 변동 내용이 당기순손익에 그대로 반영된다.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비율)은 경과조치 후 기준 384.36%로 잠정 집계됐다.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150%)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NH농협생명에 따르면 보장성 보험 판매 확대와 보험부채 할인율 하락에 따른 듀레이션 갭 축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서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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