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DB하이텍이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대규모 차입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물량이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투자를 할 수 있다던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최근 특화 이미지센서, 12인치 파운드리 사업 등 신사업에 나설 채비를 본격화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 역시 DB하이텍이 전방산업 둔화와 신사업 순연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고,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니 만큼 외부 자금 조달로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12월, 2030년까지 차세대 전력반도체 및 12인치 파운드리 전환 등 미래 사업에 4조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방산업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로 해당 투자 계획은 현재 정중동 상태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 3일에서야 12인치 파운드리 팹(생산공장) 건립 등을 위해 DB월드 지분을 인수하는 등 신사업 진출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DB하이텍이 계획대로 투자를 추진하기 위해선 매년 8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인데, 보유 재원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올 3월말 기준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기타금융자산 포함)은 8232억원, 투자재원으로 활용가능한 이익잉여금도 1조5834억원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DB하이텍이 신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외부자금 조달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DB하이텍에게 가장 시급한 건 사업다각화"라며 "저가인 8인치 파운드리에서 탈피해 소품종 대량생산이 가능한 12인치 파운드리로 전환해야 수익성 제고는 물론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의 경우 선제적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DB하이텍 역시 DB월드 지분 인수를 통해 칼을 뽑아든 만큼 다양한 경로로 투자금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DB하이텍이 고부가가치 제품인 특화 이미지센서 사업을 본격 확대한 것도 외부자금 조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배경이다. 로봇·의료기기 등의 분야에서 해당 제품의 수요가 비약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반사이익을 누리기 위해선 생산능력 확대와 더불어 기술고도화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외 DB하이텍의 재무건전성이 탄탄하다는 점도 일각에서 자금 조달을 점쳐고 있는 이유다. 이 회사의 순차입금비율은 1분기 기준 20%, 부채비율은 19% 불과하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DB하이텍이 사업 과도기에 있는 만큼 향후 수익성에 기대 고금리를 감수한 차입에도 나설 수 있다"며 "당장 차입비중을 꽤 늘려도 건전성 차원엔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 이른 시일 내 여러 금융사와 논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DB하이텍 관계자는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고객서비스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수익고도화에 나서겠다"면서도 "당장 차입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을 밝히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DB하이텍은 올 1분기 매출 2615억원, 영업이익 41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3%, 50.4% 감소한 금액이다. 전방산업 침체로 8인치 파운드리 판매가 줄어든 가운데 제품 가격까지 하락한 것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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