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삼표그룹이 오너 3세 정대현 부회장의 개인 회사 에스피앤모빌리티가 영위하는 자동 로봇주차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에스피앤모빌리티는 삼표그룹의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거의 없는 데다 정 부회장을 제외한 다른 오너가가 보유한 이 회사 지분도 없다. 때문에 정 부회장이 삼표그룹 차기 총수 입지를 구축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정 부회장은 에스피앤모빌리티를 활용해 경영 성과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원천기술을 확보한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한 만큼 초기 시장 안착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을 뿐더러 최대주주인 만큼 성장 과실을 가장 많이 누릴 수 있어서다.
◆ 정 부회장, 에스피앤모빌리티 지분 60% 보유
4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삼표그룹은 자동 로봇주차 시스템의 국내 시장 진출로 신사업 영역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사업을 이끄는 계열사는 에스피앤모빌리티로 2022년 설립됐다. 에스피앤모빌리티는 정 부회장이 지분율 60%의 최대주주이며, 자동 로봇주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셈페르엠이 나머지 40%를 보유 중이다.
업계는 삼표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정 부회장 개인회사의 홍보에 나섰다는 점이 다소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삼표그룹 주력인 시멘트나 건자재, 레미콘 등의 사업과의 직접적인 연결점이 없기 때문이다. 삼표그룹이 최근 강화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과도 무관하다. 이렇다 보니 삼표그룹 내부에서 정 부회장이 명실상부한 실권자 위상을 갖춘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셈페르엠은 일찍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이다. 로봇이 직접 차량을 들어 주차하는 만큼 사람이 직접 차량을 입고시킬 필요가 없어 안전사고를 원천 차단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해외 사업이 주력이었던 셈페르엠은 2021년 수출의 탑 700만불을 달성할 만큼 고공성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셈페르엠은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드릴 만큼 국내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국내의 경우 자동 로봇주차에 대한 명확한 법규가 없어 기계식 주차장 규정이 적용됐고, 이렇다 보니 일반 기계식 주차 장치보다 이점을 부각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에스피앤모빌리티는 셈페르엠이 그동안 부진했던 국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대관(정부나 정치권을 상대로 하는 업무) 분야 강점을 가진 삼표그룹이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비교적 수월하게 제도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상용화 기술, 비용·시간 단축 가능…승계 명분·그룹사 시너지 기대
정 부회장은 에스피앤모빌리티의 신사업 진출로 톡톡한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에스피앤모빌리티는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셈페르엠을 활용, 연구개발(R&D)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큰 비용 지출 없이 자동 로봇주차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아직 본 사업을 개시하지 않은 에스피앤모빌리티는 지난해 말 기준 매출 0원과 영업적자 2억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올해 3월 이 회사 사내이사였던 김원주 셈페르엠 대표를 사임시키고, 장성진 신임 대표로 리더십을 교체하며 의지를 다잡았다. 특히 자동 로봇주차 시스템의 경우 단순 설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1~2년 단위로 점검과 정비, 부품 교체 등 유상으로 관리 용역까지 진행하기 때문에 고정적인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에스피앤모빌리티의 성공 여부에 따라 경영 승계 정당성도 쌓을 수도 있다. 2005년 삼표그룹에 입사해 약 20년째 경영 수업을 밟고 있는 정 부회장은 2018년 1월 삼표시멘트 대표로 취임했으나, 약 1년 만인 2019년 3월 대표에서 물러나 사내이사로만 남았다. 부친인 정도원 회장이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사법리스크에 휘말리기 전까지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했기에 능력을 입증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더군다나 삼표그룹은 전통 제조업을 영위하는 터라 성장에 제약이 존재하고, 전방산업인 건설업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정 부회장이 주도하는 자동 로봇주차 사업으로 매출 다변화가 이뤄진다면 외부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삼표그룹사와의 시너지 역시 기대할 수 있다. 삼표그룹은 에스피성수피에프브이와 에스피에스테이트 등 부동산 개발과 임대, 관리업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들 회사가 건물을 지을 때 에스피앤모빌리티가 주차장 설치와 관련해 일감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삼표그룹이 다수의 건설사로 원자재를 납품하며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맺어 왔다는 점도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에스피앤모빌리티 최대주주라는 점을 앞세워 해당 사업에서 창출되는 이익을 가장 많이 가져갈 수 있다. 정 회장이 개인회사 배당금을 유용하게 활용해 왔다는 점은 설득력을 높이는 배경이다. 실제 정 부회장은 에스피네이처에서 10년 연속 배당금을 수령해 왔다.
이와 관련, 삼표그룹 측에 정 부회장의 로봇사업 진출 배경과 기상용화된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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