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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 에스피네이처, RPS 상환…'가외수익 덕 봤다'
이세정 기자
2024.08.06 06:30:21
790억원 규모 상환권 발동…영업외수익 4.7배 증가, 정대현 부회장 배당수익 '쏠쏠'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5일 16시 1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삼표산업 홈페이지)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삼표그룹 오너 3세 정대현 부회장 개인회사인 에스피네이처가 기 발행한 상환우선주(RPS)를 전량 소각한다. 해당 RPS로 조달한 현금은 그동안 에스피네이처의 배당 재원으로 쓰이며 정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도왔을 뿐 아니라 회사 덩치를 키우는 임무를 수행했다.


에스피네이처의 RPS 상환 결정은 고배당과 지금의 기업 규모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막대한 가외수익을 거둬드린 만큼 현금 유출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 2021년 발행 RPS…잉여금 957억→1943억원 2배 이상 증가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스피네이처는 이달 30일 RPS 17만7776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RPS는 발행회사와 투자자가 약정한 기간 동안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 형태를 유지하고 상환이 완료되면 이익잉여금으로 소각하는 채권이다. 투자자의 경우 고정적인 수익률을 보장받는 데다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발행회사가 상환권을 갖는 만큼 RPS는 채권임에도 자본으로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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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에스피네이처는 2021년 790억원 규모의 RPS를 발행했고 ▲멀티솔루션스프링제일차(6만6667주·37.5%) ▲키스에스비제칠차(6만6666주·37.5%) ▲신한금융투자(4만4443주·25%)가 물량을 나눠 받았다. 


이에 2020년 말 별도기준 자본금 100억원과 이익잉여금 957억원을 기록한 에스피네이처는 이듬해인 2021년 말 기준 자본금 109억원, 이익잉여금 194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애초 RPS 자금은 자본잉여금으로 산입됐으나, 이를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에스피네이처와 투자자가 맺은 계약에 따르면 투자자 3인은 매년 합산 32억원(배당률 3.98%)을 지급받는다. 특히 배당 외 이익을 나누지 않는 '비참가적 우선주' 조항이 설정돼 있다.


◆ 공격 배당할 재원 확보…삼표산업 합병 가능성도 염두


에스피네이처는 RPS를 자금 조달을 위한 우회로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에스피네이처의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었던 만큼 굳이 자본을 확충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자본금의 잉여금 전입으로 정 부회장이 쏠쏠한 배당 수익을 가져간 점에 주목한다. 실제로 에스피네이처는 2021년 실적에 대한 결산 배당(2022년 3월 지급)으로 전년(106억원)보다 5% 증액된 120억원(중간배당 포함)을 책정했으며, 올 3월 역대 최대 규모인 15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최근 3년간 정 부회장이 에스피네이처에서 수령한 배당금은 총 230억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정대현 삼표그룹 부회장이 2018년 삼표시멘트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취임사를 낭독하고 있다. (제공=삼표그룹)

삼표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삼표산업(옛 ㈜삼표)와의 합병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됐다. 정 부회장은 정도원 회장의 뒤를 이을 유일한 후계자인데, 개인이 보유한 삼표산업 지분율은 4.46%에 그친다. 에스피네이처가 삼표산업 주식 15.59%를 들고 있지만, 이를 고려해도 총 지분율은 20.05% 수준이다. 부친(25.94%)과 비교할 때 6%포인트 가까이 적은 숫자다.


정 부회장이 지배구조 정점에 오르기 위해 에스피네이처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삼표산업과 에스피네이처를 합병하는 방법으로, 에스피네이처 주식 71.95%를 보유한 정 회장이 실질 지주사 주식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는 두 기업 간 규모 격차가 좁을수록 유리하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삼표산업과 에스피네이처의 자본총계는 각각 9495억원, 5980억원으로 RPS 발행 이전인 2020년 말 기준 7995억원, 3941억원보다 격차가 줄었다.


◆ 3년 만기 맞춰 상환…RPS 규모 웃도는 부가수익 덕분


삼표그룹의 경영권 승계 방안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지 않은 상황인 만큼 에스피네이처의 RPS 상환 결정은 우수한 자금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 진다. 에스피네이처는 RPS의 납입일로부터 3년째 되는 날(2024년 8월)부터 상환권을 발동할 수 있는데, 기한 내 상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배당률이 5%로 인상된다. 이 경우 에스피네이처가 지급해야 하는 총 배당액은 40억원으로 부담은 크지 않다.


에스피네이처는 지난해 말 별도기준 자본금 109억원과 이익잉여금 3146억원을 보유 중이었다. 지난해 실적에 대한 결산 배당금을 올 3월 지급하면서 미처분이익잉여금은 2944억원을 기록했다. 에스피네이처가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해당 RPS를 상환한 뒤 소각하는 만큼 자본금 감소는 없다. 


만약 미처분이익잉여금에서 79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2154억원의 잉여금이 남는다. 자본총계는 5860억원에서 4923억원으로 축소되지만, RPS를 발행하기 전인 2020년(3941억원)보다는 오히려 1000억원 가량 늘어난다.


에스피네이처가 상당한 이익잉여금을 확보한 배경으로는 영업외수익이 크게 늘어난 점이 주효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영업외수익은 1376억원으로 전년(293억원) 대비 369.6% 급증했다. 세부적으로 지분법이익이 6배 가량 늘어난 1218억원이었고, 지분법투자 주식처분이익 46억원과 유가증권처분이익 33억원이 새롭게 계상됐다. 일회성 요인이지만 RPS 상환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수익을 거둔 것이다.


이와 관련, 에스피네이처 관계자는 "이번 RPS 상환은 기간 만료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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