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인공지능(AI) 호황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디스플레이 업계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세트 제품의 원가 상승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디스플레이에 대한 가격 인하 요구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고객사 선택을 받으려면 기술력보다 원가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까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월경 출시 예정인 갤럭시 시리즈 보급형 모델 A57에 삼성디스플레이 대신 중국 TCL의 자회사 차이나스타(CSOT)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탑재할 계획이다.
갤럭시 A5N 모델은 갤럭시 A시리즈 가운데서도 최상위 모델에 해당한다. 지난해 3월 출시한 갤럭시 A56의 국내 출고가는 61만8200원으로, 갤럭시 S시리즈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핵심 부품으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제작한 OLED 패널과 삼성 엑시노스 1580이 적용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패널을 활용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갤럭시 A시리즈가 보급형 라인업인 만큼 가격 민감도가 높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갤럭시 A75에는 갤럭시 A56에 사용된 엑시노스 1580의 후속 칩셋인 엑시노스 1680이 탑재될 예정이다.
이처럼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세트 업체들이 원가 절감에 나서는 상황에서 디스플레이 업계로의 가격 인하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반도체 가격 부담으로 세트 업체들이 스마트폰과 PC 등의 출하량을 줄이면서 디스플레이 업체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2.9~5.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 스마트폰과 TV 등 세트 제품 판매도 함께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반도체 등 주요 부품 가격은 보통 세트 제품 교체 시기에 오르며 수요 확대와 맞물렸지만 최근의 가격 상승은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집중되면서 세트 제품과는 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스마트폰과 PC 출하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며 "디스플레이 산업은 전반적인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가격 인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제는 기술력보다 원가 절감이 더 중요해졌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체 입장에서는 고객인 세트 업체의 선택을 받기 위해 원가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세트 제품 판매가 늘어나야 디스플레이 업체도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만큼 기술력보다 가격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업체가 패널을 팔아 직접 수익성을 남기기보다는 고객인 세트 업체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게 더 중요해졌다"며 "고객이 살아야 우리도 산다는 인식이 커진 만큼 결국 원가 혁신을 통해 고객의 선택을 받는 구조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사실상 가격 경쟁이 전부인 상황이라 기술 자체가 중요한 국면은 아니다"라며 "새로운 기술을 내놓는 것보다 원가를 얼마나 낮춰 가격을 맞출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대 디스플레이 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수장들도 반도체를 올해 디스플레이 업계의 최대 변수로 꼽았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CES 2026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리스크 요인으로 반도체를 언급하며 "세트 업체가 반도체 가격 부담으로 출하량을 줄이면 부품 업체인 우리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세트 업체의 고민이 그대로 우리에게 전이된다. 한쪽이 오르면 다른 쪽에서 줄이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도 "메모리 반도체 문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역시 지속적인 원가 혁신을 강조하며 "재료를 변경하거나 마스크 수를 줄이는 등 기술을 통한 원가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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