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김준식 대동그룹 회장이 장남의 경영권 승계를 대비하기 위해 장기적인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1966년생(만 59세)인 김 회장이 아직 건재하고 20대 중반인 오너 4세 김신형 씨가 입사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애초 대동그룹이 차기 후계자를 조기 낙점하는 가풍을 따르는 것을 감안하면, 추후 순조로운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김 회장, 대동기어 주식 현물출자해 ㈜대동 유증 참여…지배구조 정리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달 29일 기 보유 중이던 대동기어 주식 전량(117만6060주)을 ㈜대동으로 현물출자했으며, ㈜대동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새로 발행한 주식 213만2827주를 대가로 받았다. 대동기어 주당 단가는 1만7176원에 책정됐으며, 총 거래 규모는 202억원이다. 그 결과 김 회장의 대동기어 지분율은 종전 13.1%에서 0%로 변동됐으며, ㈜대동 지분율은 22%에서 27.8%로 늘었다.
김 회장이 대동기어 주식을 현물출자한 표면적은 이유는 재무구조 및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경영 안정화다. 예컨대 ㈜대동은 울 3분기 말 연결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1371억원으로 나타났다. FCF는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각종 비용과 자본적지출(CAPEX) 등을 뺀 값인데, 해당 숫자가 음수라는 점은 남는 돈이 없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북미 비중이 높은 특성상 매출채권 회수 기간이 길고 포트폴리오 별 재고 자산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상법에 따라 발행가액과 액면가액의 차액은 주식발행초과금 항목으로 계상된다. ㈜대동의 1주당 액면가액은 1000원이고, 신주 발행가액은 9471원이다. 새로 발행되는 주식수는 213만2827주다. 단순 계산으로 ㈜대동은 자본잉여금 181억원이 계상되며, 결손 보전이나 이익잉여금 전입 후 배당 재원으로 쓸 수 있다.
주목할 대목은 대동그룹 지배구조가 김 회장을 정점으로 수직화 양상을 띄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이 회사 지배구조는 '김 회장→㈜대동·대동기어·대동모빌리티→대동로보틱스 등 계열사'였다. 김 회장이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해 있는 것은 동일하지만, 계열사 간 수평적으로 나열된 그림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주식 거래로 '김 회장→㈜대동·대동모빌리티→대동기어·대동로보틱스'로 한 단계 정리됐다.
대동모빌리티 역시 대동기어와 유사한 지분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 회사는 당초 오너 4세의 승계 인큐베이터로 거론돼 왔지만, 2023년 프리IPO(기업공개) 이후 지분율이 희석됐기 때문이다. 김 씨의 경우 10%에 육박하던 대동모빌리티 지분율이 현재 1.9%에 불과하다. 이에 오너일가가 보유한 대동모빌리티 주식을 ㈜대동과 스왑(교환)할 경우 지배구조는 더욱 단순해지고, ㈜대동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후계자' 장남, 대동기어 주식 팔아 ㈜대동 주식 매입…승계 사전 포석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대동기어 주식을 포기하는 대신 ㈜대동 주식을 취득한 배경을 장남 김 씨의 승계와 연결 짓고 있다. 변수를 최소화하는 '승계 친화적 구조'를 사전에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어서다. 김 회장은 ㈜대동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장남에게 ㈜대동 지분만 넘겨줘도 그룹 전반을 지배할 수 있는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추측된다.
김 씨가 지난해 대동기어 주식을 모두 털어낸 점 역시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씨는 2018년 6월 대동기어 주식 5만6000주를 주당 2만9250원 총 16억원에 매입했다. 대동기어는 이듬해 1주를 1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실시했고, 김 씨의 대동기어 주식수는 56만주로 늘었다. 특히 김 씨는 지난해 대동기어 주식 전량을 134억원에 매도하며 투자금 대비 8.4배 가량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김 씨는 대동기어 주식 매각 대금을 활용해 ㈜대동 주식을 매입했다.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5개월간 79만3010주를 94억원에 장내매수했다. 이에 김 씨의 ㈜대동 지분율은 0.9%에서 3.6%로 약 2.7%포인트(p) 상승했다.
㈜대동 이사회가 유상증자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만장일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은 집고 넘어갈 대목이다. 이 회사 사외이사 1인은 "소액주주 보호와 향후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반대표를 행사했다. 대주주를 상대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라는 거래 특성상 절차적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취지지만, 해당 유상증자가 승계와 무관치 않다는 시장의 해석을 의식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 회장이 경영 실권을 쥐고 있을 뿐더러 후계자인 김 씨가 아직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놓고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김 씨는 2001년생으로 올해 만 24세이며, 현재 군 복무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조기 승계는 대동그룹만의 독특한 가풍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여 진다. 김 회장의 경우 20대 중반이던 1991년 대동그룹에 입사했으며, 30대 후반이던 2004년 대동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와 관련, 대동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 두 자녀는 아직 회사에 입사하지 않았다"며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검토하는 내용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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