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김정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에게 중국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시절부터 중국 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한 해 중국 판매량이 179만대에 달하는 기념비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정의선 회장 체제 아래에서 중국 사업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시장 환경 변화라는 대외 변수 속에서 언제든 위기가 재발할 수 있는 불안정한 국면에 놓여 있다.
자산규모 10조원에 달하던 현대차의 중국 법인은 현재 4조원 수준으로 축소됐고 수년째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수익성 악화 속에 공장과 설비를 헐값에 처분하는 자산 유동화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의 자금지원 없이는 존속이 어려운 상황으로 이는 단순히 수요 둔화에 따른 판매 부진을 넘어 중국 내 브랜드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임을 시사한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진출은 2000년대 초반 '글로벌 톱5' 완성차 메이커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목표와 함께 본격화했다. 정 명예회장은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에 나서며 중국을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 진입을 위한 전략적 생산기지로 낙점했고, 그 구상은 2002년 중국 베이징자동차(BAIC)와 합작법인 베이징현대(BHMC)를 세우며 현실화했다. 베이징현대 1공장은 진출 첫해 5만대를 판매하며 단기간에 성과를 냈다.
◆ 中 진출 첫해 5만대 판매…5공장까지 확장
정 명예회장은 2014년 '글로벌 판매 800만대' 목표를 제시하며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등 공격적인 판매 전략을 펼쳤다. 이에 발맞춰 베이징현대도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했다. ▲2002년 베이징 1공장(연 30만대) ▲2008년 베이징 2공장(30만대) ▲2012년 베이징 3공장(45만대) ▲2016년 창저우 4공장(30만대) ▲2017년 충칭 5공장(30만대) 등을 잇달아 가동했다.
현대차는 일본과 독일 등 해외 완성차 브랜드보다 저렴하면서도 중국 브랜드보다 높은 품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초반 성과는 분명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16년 중국에서 각각 114만대, 65만대를 판매하며 전성기를 맞았고 합산 판매량은 179만대에 달했다. 생산능력 역시 270만대까지 확대하며 현대차그룹 최대 해외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인 중국 브랜드와의 출혈 경쟁이 한계에 부딪혔고 수입 브랜드와 비교해선 애매한 브랜드 포지션으로 소비자의 선택에서 점차 밀려났다. 가격 경쟁력도, 프리미엄 이미지도 확실하지 않은 '중간지대'에 머물렀다는 평가다. 그 결과 판매량은 급감했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2025년 11월 누적)는 40만5470대(17만6130대·22만9340대)로 한해 100만대를 판매하던 수준에서 절반 이상 감소했다.
◆ '사드 사태', 시장 점유 급락…자산 10조→4조 뚝
과도한 가격 경쟁은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현대차의 순이익률은 2011년 10.2%에서 2014년 9.2%, 2016년 5.5%로 빠르게 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태가 겹치며 중국 사업의 구조적 문제가 본격적으로 표면화됐다.
그 결과 2016년 10조6556억원에 달했던 베이징현대의 자산은 2024년 4조1453억원으로 무려 61% 급감했다. 이는 유형자산으로 잡혀있던 공장과 설비들이 헐값에 매각되거나 가치가 손상차손으로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8년 사이 자산 6조5000억원이 증발한 것은 중국 시장에 쏟아부은 막대한 초기 투자금이 상당 부분 회수 불능의 매몰비용이 됐음을 의미한다.
실제 현대차는 중국에서 5개 공장을 운영했으나 현재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2021년 베이징 1공장, 2024년 충칭 공장을 매각하고 창저우 공장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심지어 1조6000억원을 들여 지은 충칭 공장은 3000억원에 팔렸다. 투자금의 겨우 5분의 1만 건진 사례는 현대차그룹 중국 사업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기아 역시 중국 옌청에 총 90만대 규모의 공장 3개를 가동했다가 현지 판매량 둔화로 1공장의 문을 닫았다. 1공장은 중국 기업에 임대를 주고 있다.
자산 유동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베이징현대의 재무 상태는 여전히 취약하다. 2024년 말 기준 자산 4조1453억원, 부채 4조7600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6147억원)에 빠졌고, 이에 현대차와 BAIC는 10억9600만달러(1조5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그 영향으로 2025년 3분기 기준 자산 규모는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는 실적 개선이 아닌 외부 수혈에 따른 착시 효과라 할 수 있다.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1%대까지 떨어진 만큼 업계에서는 단기간 내 반등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중국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 현대차의 중국 내 존재감은 거의 사라진 상태로 현지 도로에서 차량을 찾아보기조차 힘들다"며 "이미 바닥을 친 브랜드 인지도를 다시 쌓아 올리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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