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시장에 전사 차원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지 완성차 생산은 물론, 배터리 공장과 제철소까지 구축하는데 비용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관세 등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미국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북미 의존도가 높아지는 데 따른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현대차그룹이 공격적으로 진출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중국 시장으로 미뤄볼 때, 특정 시장에 대한 집중 전략은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딜사이트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진출 현황과 과제 등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북미를 거점으로 미래 모빌리티 신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신사업 진출에 따른 성장통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있으나 잇따른 핵심 인력 이탈과 대규모 손실에 따른 반복적인 자금 투입을 고려하면 미래 모빌리티 전략 전반이 삐걱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3대 축으로 꼽히는 ▲첨단항공모빌리티(AAM) 슈퍼널 ▲자율주행 모셔널 ▲로보틱스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투입된 자금 규모는 수조원에 달한다.
우선 슈퍼널은 현대차그룹이 2021년 미국에 설립한 AAM 전담 법인이다. 설립 당시에는 현대차 100% 자회사로 세워졌지만 기아·현대모비스가 신규 출자자로 참여하면서 그룹 공동기업으로 전환됐다. 현대차그룹은 슈퍼널의 2028년 에어택시 상용화 목표에 맞춰 꾸준히 자금을 지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분기 슈퍼널에 3170억원을 출자했고 현대모비스와 기아도 각각 2377억원, 1585억원 지원하며 총 7132억원을 수혈했다.
미국 앱티브와 설립한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에도 수조원을 투입했다. 2020년 설립 당시 현대차와 앱티브는 각각 20억달러(2조8000억원)를 투입했다. 이후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4억7500만달러(6500억원) 규모의 모셔널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했고 이 과정에서 앱티브가 보유한 모셔널 지분 11%도 4억8800만달러(6600억원)에 사들였다. 이를 모두 합치면 현대차그룹이 모셔널에 투입한 자금은 4조원에 달한다.
◆ 3대 핵심 신사업 7조 투입…적자의 늪
조 단위 투자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세계적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8억8000만달러(1조2000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2022년 2400억원, 2023년 2040억원, 2024년 538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그간의 증자 규모와 인수 자금을 고려하면 이미 2조2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이 3대 미래 모빌리티 계열사에 투입한 자금은 최소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아직까지 '돈이 되는' 사업이 없다는 점이다. 슈퍼널은 ▲2022년 1955억원 ▲2023년 5264억원 ▲2024년 658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3분기 누적 350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모셔널 역시 지난해 영업손실이 3693억원에 달했고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3863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손실을 넘어섰다. 슈퍼널과 모셔널의 올해 손실만 해도 7365억원에 이른다. 같은기간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35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이들 세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총 1184억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슈퍼널은 매출이 전무한 상태로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역시 매출 '0원'으로 집계됐다. 모셔널은 20억원,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054억원에 그쳤다.
◆ 신사업 계열사 CEO 교체 줄줄이…상용화 차일피일
리더십 부재 역시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슈퍼널 창립 멤버이자 초대 최고경영자(CEO)였던 신재원 사장이 지난 8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슈퍼널이 3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첫 AAM 기체인 'S-A2' 시험비행에 성공한 지 불과 5개월 만이다. 현대차 측은 "기술개발 단계를 넘어 사업화를 위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대규모 투자 속에 적자 장기화와 성과가 지연된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현재까지 슈퍼널 후임 CEO를 선임하지 못한 채 대표직이 공석인 점은 2028년 상용화 목표 달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모셔널도 경영진 교체와 구조조정을 겪었다. 모셔널은 지난해 '아이오닉 5'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로보택시의 상용화 시점을 2024년에서 2026년으로 연기하고 인원 감축을 단행했다. 올해 6월에는 로라 메이저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하고 조직을 재정비했다. 그러는 사이 기술 격차는 더 벌어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가이드하우스가 2024년 12월 발표한 '자율주행 업체 기술 순위'에서 모셔널은 전년 5위에서 15위로 급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미국을 중심으로 추진해 온 미래 모빌리티 전략 전반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로봇·자율주행·AAM 등 각 분야에서 인재 영입과 투자를 공격적으로 진행했지만 이를 기존 사업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자율주행 사업을 총괄하던 송창현 현대차그룹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사장)도 사임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전략과 목표 자체가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자율주행·에어택시 등 미래 모빌리티에서 글로벌 선두업체 대비 뒤처진 만큼 상용화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리더십과 실행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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