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시장에 전사 차원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지 완성차 생산은 물론, 배터리 공장과 제철소까지 구축하는데 비용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관세 등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미국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북미 의존도가 높아지는 데 따른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현대차그룹이 공격적으로 진출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중국 시장으로 미뤄볼 때, 특정 시장에 대한 집중 전략은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딜사이트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진출 현황과 과제 등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현대자동차의 북미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도 성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북미가 이를 압도하면서 지역별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정체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북미 투자 쏠림 현상이 과거 중국 시장에서의 실패를 떠올리게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현대차의 수익성 악화로 작용한 점을 고려하면 북미의 과도한 의존이 자칫 중국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의 북미 지역 매출은 올해 3분기 누적 62조1761억원으로 전체 매출(139조4159억원)의 44.6%를 차지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44.2%)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북미 매출 비중은 최근 10년간 빠르게 확대됐다. 2015년 31.7%였던 비중은 2020년 35%로 상승한 뒤 2023년 40%대를 돌파했다. 매출 규모도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해 북미 매출은 77조원으로 2015년 대비 164% 증가했다. 올해도 3분기 누적 기준 8% 증가한 62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 美 비중 32%→45%…中 판매량 10년새 96만대 증발
판매량 측면에서도 북미 실적은 두드러진다. 1~11월까지 미국 앨라배마공장(HMMA)은 33만2982대,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5만8426대를 생산했다. 연 36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HMMA가 안정적으로 가동되는 가운데, 올해 본격 가동한 HMGMA는 1월 1623대에서 11월 5232대로 생산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향후 현대차는 HMGMA의 생산능력을 30만대에서 5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기아 조지아공장(KaGA·34만대)까지 더하면 현대차그룹은 연간 120만대 규모의 북미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는 미국 판매량 170만대(2024년)의 약 70%를 현지 생산으로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현지 생산 확대와 함께 매출 구조 전반에서 북미 비중이 높아지자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중국을 차세대 시장으로 낙점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시장 대응과 외부 변수 등이 맞물리며 사실상 회복이 힘든 수준으로 밀려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사드(THAAD) 사태로 중국 내 입지가 급격히 축소된 데다, 중국 저가 브랜드와 유럽·일본 업체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점이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대차는 사드 사태 이전인 2016년 중국에서 114만대를 판매했으나 현재는 연 20만대 판매도 쉽지 않다. 현대차 중국법인 베이징현대(BHMC)의 올해 11월 누적 판매량(수출 포함)은 17만6130대로 지난 10년 사이 판매량은 96만대 넘게 증발했다. 이렇다 보니 BHMC는 올해 3분기 누적 18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현대차는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한 데 이어 지난해 충칭공장도 정리했다.
◆ 유럽·아시아 존재감 미미…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휘청'
이처럼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한 상황에서 외부 환경 변화와 내부 대응 실패가 겹칠 경우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북미에 비해 아시아와 유럽의 존재감이 미미한 수준에 머무른 점이다. 아시아 매출 비중은 2015년 7.7%(7조865억원)에서 올해 3분기 9.2%(12조8287억원)로, 유럽은 14.2%(13조175억원)에서 13.3%(18조5487억원)로 변화했다. 두 지역의 절대적 매출 규모는 증가했지만 비중 변화는 각각 1~2포인트(p) 내에서 머물며 입지가 상대적으로 강화되지 못한 셈이다.
미국의 정책적 불확실성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현대차의 불안을 키우기는 매한가지다. 한국과 미국은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승용차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해오다 최근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가 15%로 확정됐다. 물론 현대차는 현지 생산능력 확대 등을 통해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관세 부담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4월부터 시행된 미국의 관세 정책 여파로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29% 감소한 2조5373억원을 기록했다.
추가 수익성 둔화도 우려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발간한 '2026년 자동차 산업전망' 보고서에서 "경쟁 강도가 높은 미국 시장 특성상 관세 부담을 판매가격 인상으로 온전히 전가하기 어렵다"며 "관세로 인해 현대차그룹의 수익성은 예년 대비 저하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도 "북미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예측 불확실성이 현대차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현대차가 현지 생산능력 확대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관세 부담에 따른 수익성 악화 리스크를 어떻게 상쇄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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