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법원이 영풍·MBK파트너스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최윤범 회장과 고려아연의 경영상 판단에 힘을 실어줬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이지만 명분 싸움에서 밀리며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의 들러리가 됐다. 반대로 고려아연은 미국 투자자측과의 합작법인 '크루시블 JV(Crucivle JV)'를 통해 11%가량의 우호지분을 확보하게 돼 향후 정기주주총회에서 벌어질 표 대결에서도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24일 영풍·MBK가 신청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 사건 거래를 하는 것은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참여한 합작법인을 상대로 신주를 발행하는 것이 다른 자금조달 방안에 비해 불합리하지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의 자금 확보 차원에서 추진한 3자배정 유증은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당초 이 회사는 미국 정부 및 전략적투자자(SI)와 크루시블 JV를 설립하고 1323억원을 현금출자하기로 했다. 이후 크루시블 JV는 고려아연의 3자 유증에 참여해 220만9716주(지분 10.59%)를 받는 대신 2조8578억원의 신주인수대금을 지급하고 고려아연은 직접투자액을 합친 3조7105억원을 크루시블 홀딩스에 출자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MBK는 곧바로 3자 유증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상법 418조 2항에 따라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일 때 특정 경영진에게 유리한 지분을 제공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3자 유증이 영풍의 지분 희석 등 기존 주주권의 심각한 침해임은 물론 이사회가 해당 안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시간과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법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법원은 주주권 침해 우려에도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고려아연이 내세운 국익과 안보를 위한 미국과 전략적 동맹을 더 큰 가치로 판단한 것이다. 가처분 결과에 따라 미국과의 협업 주체가 바뀌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과정에서 MBK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영풍·MBK 측은 미국 제련소 건설과 한미 협력 자체에 반대한 적이 없다. 하지만 미국 제련소 사업 계획 발표 이후 미국 정부 인사들의 환영 논평,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지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영풍·MBK의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쳐졌다는 게 시장의 주된 평가다.
영풍·MBK는 미국 제련소 사업의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크루시블 JV가 주총 기준일(12월31일)을 며칠 앞두고 확보하는 의결권(11.21%)은 향후 최 회장의 우호지분이 될 것이 유력하다. 양측은 내년 3월 주총에서 이사회 장악을 위한 치열한 표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고려아연과 영풍·MBK 이사진이 11대 4(직무정지 4명 제외)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내년 3월 고려아연과 영풍·MBK 측 각각 5명, 1명의 이사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실제 이번 유증에 따라 양측의 지분율에도 변동이 생긴다. 영풍·MBK의 지분은 43.42%로 하락하는 반면 최 회장의 우호지분은 45.53%로 이를 상회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크루시블JV(11.21%), 한화(8.15%), 국민연금(5.08%), LG화학(1.99%) 등이다. 영풍·MBK가 지분율에서도 불리한데 고려아연의 이사회 장악을 위해 이사 5명 모두를 신규 진입시켜야 하는 반면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 인사 한명만 이사로 신규 확보해도 과반을 차지하는 구조다.
특히 영풍·MBK 입장에선 주총 이후 '넥스트 스텝'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당초 시장에서는 영풍·MBK가 이사회 재편 이후 사업을 이어받으며 투자구조를 새롭게 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정부와의 협력 관계는 유지하면서도 국내에서 회사채를 발행해 크루시블 홀딩스 직접투자에 나서는 것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됐다. 실제 이들은 미국 신디케이트론의 금리가 6%대로 국내 조달 금리 대비 2~3%포인트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시장 관계자는 "이번 법원의 가처분 기각으로 최윤범 회장과 영풍·MBK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지게 됐다"며 "향후에도 이 같은 흐름이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미국 제련소건설 프로젝트가 미국뿐 아니라 고려아연과 한국 경제 전반에 실질적인 '윈윈'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책임 있는 최대주주로서 고려아연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건설적이고 지속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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