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고려아연의 3자배정 유상증자가 적법하게 결론이 나면서 미국 제련소 사업에는 속도가 붙게 됐다. 이런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분쟁 국면마다 던진 전략적 묘수도 주목받고 있다. 외국 합작법인(JV)을 상대로 한 3자배정 유증을 비롯한 다양한 카드에 영풍·MBK파트너스는 속수무책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영풍·MBK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24일 기각했다. 고려아연의 3자배정 유증은 경영상 판단의 재량에 따른 결정으로 적법하다는 결론이 난 것이다.
고려아연의 이번 제련소 투자의 키워드는 '미국'이 첫손에 꼽힌다. 한국기업과 전쟁부를 비롯한 미국정부, 미국 방산 전략투자자(SI)가 손잡고 합작사 크루시블을 세웠다. 전략광물의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위한 한미 자원동맹으로 평가됐다. 고려아연은 영풍·MBK와 분쟁 국면마다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을 강조하며 경영권 방어 논리를 일축하는 데 공들였다. 영풍·MBK조차 "미국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외국 JV를 통한 유증은 고려아연 정관을 따른 것이다. 정관 2항 4호는 회사가 경영상 필요로 외국 JV에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3자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한다. 고려아연은 과거 이 조항을 근거로 유증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현대차 해외 계열사인 HMG글로벌 투자를 받기 위한 유증을 추진했으나 올해 6월 법원이 무효로 판단한 것이다. 고려아연이 현대차와 전략적 협업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HMG글로벌에는 고려아연 지분이 없어 외국 JV가 아니라고 결론이 났다. 고려아연은 실패를 곱씹고 이번 JV에는 직접 1300억원을 출자했다.
미국을 끌어들여 투자 출자 구조를 짠 것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재판부는 "미국정부는 고려아연 지분 소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영풍·MBK가 신주 발행을 하지 않더라도 제련소 프로젝트 추진이 가능했을 것으로 주장하지만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미국과 전략적으로 얽혀 있는 JV가 고려아연에 유리하게 작용한 셈이다.
상호주 출자구조 카드는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 호주 자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를 토대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적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주총을 앞두고 SMH가 영풍 주식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고려아연-SMH-영풍의 상호주 관계가 성립됐고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을 가로막을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상법에 따르면 한 기업이 다른 기업 발행 주식 총수의 10%의 지분율을 초과하면 해당 기업 의결권은 제한되는 규정을 따른 것이다. 2심 법원은 올해 6월 고려아연의 상호주 활용 의결권 제한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적법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고려아연은 다양한 전략 카드를 활용하며 경영권을 사수하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 고창현 변호사 등이 배치돼 있는 변호인단은 경영권 분쟁 국면마다 최윤범 회장을 조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변호사는 특히 한진칼 경영권 분쟁 당시 조원태 회장에게 승리를 안긴 주역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지금은 김앤장을 나와 개인 변호사로 법무법인 율촌·화우와 함께 고려아연을 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범 회장은 변호인단을 강하게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5년 신년사에서 영풍·MBK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돌아보며 "불리한 상황에서도 성심성의껏 소신으로 도와주는 뛰어난 변호사들이 있다"며 감사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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