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손잡고 현지 제련소 건설 투자를 결정한 가운데 국가핵심기술 유출 가능성을 둘러싼 논리 싸움도 관전 포인트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인수를 노리는 영풍·MBK파트너스를 향해 그동안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해왔다. 다만 이번 투자에 관해 미국 제련소 건설과 운영 등의 사업 주체가 고려아연 100% 자회사로 유출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유상증자를 거쳐 외국 합작법인(크루시블 JV)이 고려아연 지분 10%가량을 소유하게 되는 것에 관해서는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경영권을 통째로 빼앗아가려는 영풍·MBK와 결이 다르다는 취지다.
고려아연은 11조원의 미국 제련소 사업 투자로 미국 정부, 방산 전략투자자(SI)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국내 굴지 기업의 현금과 미국 정부 등의 돈이 한데 섞여 설립되는 JV는 경제 안보 측면에서 국내 기업과 미국 정부의 전략적 동맹으로 평가된다. 전략광물의 탈중국 공급망 재편을 위해 뜻을 모은 것이다. 미국 제련소에서는 아연·연·동 등 기초금속부터 금·은 등 귀금속,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텔루륨·팔라듐·갈륨·게르마늄 등 전략광물, 반도체 황산까지 총 13종이 생산된다. 이 가운데 11종은 미국 정부가 올해 개정한 '핵심광물 목록(List of Critical Minerals)'에 등재됐다.
정부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7일 산업통상부 업무보고 후 취재진에 "고려아연뿐 아니라 우리나라 입장에서 희토류나 희귀광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영풍·MBK는 미국 제련소 투자에서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방산 SI가 투자해 설립하는 JV를 문제삼고 있다.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진행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한 뒤 JV가 고려아연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돼서다. 국가핵심기술의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는 배경으로 지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의 고순도 아연 제련 기술인 '헤마타이트 공법 기술'을 비롯한 3건은 해외 이전 때 사전 심사 대상이 되는 국가핵심기술로 올해 신규 지정됐다.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은 경영권 방어 전략의 하나로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추진했다. 외국 기업에 인수될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로 외국 자본이 섞여 있는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하게 될 경우 핵심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을 짚은 것이다.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손잡으면서 이번에는 거꾸로 영풍·MBK가 기술 유출 가능성을 주장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영풍·MBK 측은 "울산 제련소의 쌍둥이 공장을 미국에 짓게 되면 국내 제련산업 공동화는 물론 핵심 기술 유출 위험까지 초래하므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수십 년간 축적된 고려아연의 독보적인 제련 기술이 합작이라는 미명 하에 해외로 유출되는 것 또한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기우라고 반박했다. 미국 제련소 사업의 운영 주체는 고려아연의 종속기업 크루시블 메탈스 홀딩스를 통해 진행한다는 논리다. 미국 제련소 부지 인수와 설계·시공부터 건설까지 크루시블 메탈스가 도맡아서 진행한다는 것이다. 합작사 크루시블 JV의 경우 미국 정책 보조금을 받고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투자자일 뿐 공장 건설과 운영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JV의 경우 유상증자 이후 지분 10%의 주주로 들어오는 것으로 미국 제련소 운영과 관계가 없다"며 "현지 제련소는 고려아연이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를 통해 진행하고 건설과 운영, 고용 등을 고려아연이 전부 맡는 구조로 기술 유출 우려는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 측이 제련소 운영법인에 관한 신주인수권(워런트)을 보유하는 것에 관해서는 "고려아연의 100% 자회사의 일부 지분을 보유하는 수준으로 크루시블 메탈스의 최대주주와 경영권, 사업 주도권은 고려아연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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