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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안 따른 거래구조…3자배정 유증, 경영 판단"
조은비 기자
2025.12.25 11:00:16
법원 "미국정부, JV로 고려아연 지분 확보 원해…"불합리한 조달 방식 아냐"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5일 10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소 투자를 위해 추진한 3자배정 유상증자를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법원이 영풍·MBK파트너스가 주장한 경영권 방어 논리를 배척하고 고려아연의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24일 영풍·MBK가 제기한 고려아연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를 위한 3자배정 유상증자를 차질 없이 추진하게 됐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한 건의 가처분 결과를 넘어,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대규모 해외 투자를 둘러싼 사법부의 판단 기준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원은 경영권 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자체보다는 투자 구조와 자금 조달 방식, 사업의 실질적 필요성을 중심으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와 3자배정 유상증자 구조가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에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고려아연이 미국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 사건 거래를 하는 것은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다"며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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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재판부는 미국 정부가 참여한 합작법인을 상대로 신주를 발행하는 자금 조달 방안이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 다른 방식과 비교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자금 조달 방식의 선택만으로 기존 주주 권익 침해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연계된 합작법인(JV)에 지분 약 10%를 넘기기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권리가 침해된다고 주장해왔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방어적 증자라는 논리다. 특히 주주총회를 앞둔 시점에 유상증자가 이뤄지고 최종 합작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증자를 먼저 결정한 점을 문제삼았다.


이번 결정에서 고려아연이 내세운 미국 투자 명분도 일정 부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건설을 통해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전략광물 확보 차원에서 고려아연의 제련소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여왔고, 직접 투자 의사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거쳐 미국과 함께 총 11조원을 투자해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제련소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비철금속 13종, 총 54만톤(t)을 생산하는 북미 거점으로, 2029년 단계적 가동을 목표로 한다.


영풍·MBK 역시 미국 투자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다만 이번 투자의 구조가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고 주장하며 가처분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번 사안에서 단순한 형식 논리보다는 투자 구조의 합리성과 자금 조달 방식의 적정성을 중심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선점해야 하는 산업적 특성이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해석이다.


가처분 기각으로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투자는 일단 첫 고비를 넘긴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정부 및 현지 파트너와의 합작 계약 체결 시점을 구체화하는 것은 관건이다. 현재는 프레임워크 합의 단계로 최종 계약 조건에 따라 투자 구조와 재무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이다. 미국 제련소는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향후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한 시장의 감시는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온산 제련소와 미국 제련소 간 역할 분담 역시 중요한 숙제로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 판단으로 투자 추진의 법적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이제는 실제 계약과 사업 진행 상황으로 시장을 설득해야 할 단계"라며 "미국 투자가 단순한 경영권 분쟁의 부산물이 아니라는 점을 실행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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