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산업이 제조·물류·서비스 산업 전반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의 기술 결합으로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활용 영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이에 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상용화 과정에서 성장통이 뒤따르고 있다. 딜사이트는 이러한 성장 과정 속에서 각 기업들이 선택한 경쟁 전략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전문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대주주의 유상증자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약 20%의 지분을 보유하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수천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순손실이 계속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재차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자산총계는 8315억원으로 지난해 말(4408억원) 대비 88.6% 증가했다. 연도별로 보면 자산은 2022년 3922억원에서 2023년 2945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4408억원으로 회복했고 올해 들어 대폭 늘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올 상반기만 해도 재무상태가 취약했다. 상반기 자산총계(4053억원)에서 부채총계(4556억원)를 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503억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기 때문이다. 완전자본잠식은 누적 손실로 자본금이 모두 소진된 상태를 의미하며 당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재무안정성 확보가 시급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 순손실 규모는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2022년 2551억원 ▲2023년 3348억원 ▲2024년 440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도 3분기 누적 순손실은 3541억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2419억원) 대비 단 한 분기 만에 손실이 1000억원 이상 증가한 점은 재무건전성이 후퇴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리게 한다.
매출 측면에서는 개선 신호가 있었다. 2022년 782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지난해 1161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3분기 누적 1054억원에 달해 성장세가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와 4족보행 로봇 개 스팟을 개발했고 일부 현대차 미국 공장 라인에 아틀라스를 투입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가 외형 성장이 기대된다.
이처럼 로보틱스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육성 중인 분야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소프트뱅크가 보유하던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8억8000만달러(약 9600억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지분 인수에는 현대차(30%)와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 정 회장(20%)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후 현대차는 2022년 미국 투자전문 회사 HMG글로벌을 설립하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배구조를 재편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보유하던 지분을 HMG글로벌로 넘기고, 정 회장과 현대글로비스는 기존과 같이 각각 20%와 10%의 지분을 유지하는 구조가 구축됐다.
우려되는 부분은 인수 이후 이어지고 있는 대규모 적자를 현대차그룹의 지속적인 자금 지원으로 메우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유상증자 형식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에 1억600만달러(146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주주인 현대글로비스 역시 꾸준히 자금을 투입하며 지원에 나섰다. ▲2022년 449억원 ▲2023년 254억원 ▲2024년 673억원 ▲올해 3분기 891억원을 투자해 지분율을 기존 10%에서 11.25%로 높였다. 현대차를 비롯해 다른 계열사도 유상증자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최근에도 지분율 변동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손실이 지속될 경우 자본금을 다시 잠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지분 인수 당시 상장과 연계한 풋옵션(매수청구권) 조건이 설정된 만큼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재무구조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조건은 인수 후 4년 이내(2025년 6월) 상장이 이뤄지지 않거나, 5년 이내에 상장되지 않을 경우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구조다. 올해로 4년 기한이 도래했으나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직 나스닥 IPO를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자연스럽게 IPO 시점을 내년으로 미룬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손실 상태에서도 나스닥 상장은 가능하다. 다만 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에 실패할 경우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기업 존속에 대한 의구심도 커질 수 있다. 나스닥에선 주가가 1달러 미만인 상태가 30일 이상 지속되면 비준수 통보가 내려진다. 이후에도 일정 기간 내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손실 규모가 이를 크게 웃돌고 있어 당분간 자산을 갉아먹는 구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다시 자본잠식에 빠질 경우 유상증자 등을 통한 추가 자금 지원이 반복되면서 대주주의 부담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