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송창현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가 맡고 있는 모든 직책에서 자진 사임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략 수정이 불피해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을 다른 계열사와 합병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을 견지 중이다. SDV 표준화 플랫폼을 개발하는 현대모비스와 차량용 소프트웨어(SW) 사업을 영위하는 현대오토에버가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다.
◆ 정의선 회장, 뒤처진 기술력 인정…"격차 벌어졌지만 안전이 중요"
8일 완성차업계 등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5일 경기 용인시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 도입이) 좀 늦은 편이고, 중국 업체와 테슬라가 잘 하고 있어 격차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격차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정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독자적이면서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송 사장의 사임이 알려지면서 미래차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테슬라의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과 제너럴모터스(GM) 슈퍼 크루즈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SDV 상업화에 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애초 '라이다-HD맵' 중심의 SDV 전략을 가져갔지만, 송 사장 체제에서 '카메라-레이더' 중심으로 바뀌었다. 레이저를 활용하는 라이다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를 지도와 연동시키는 라이다-HD맵의 경우 고비용이라는 단점을 가지지만, 정확도가 뛰어나다는 장점을 가진다. 반면 전파로 사물은 인식(레이더)한 뒤 카메라와 연동하는 해당 기술은 양산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송 사장은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이후 기존의 연구개발(R&D)을 뒤집고 '카메라-레이더' 기술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올 3월에는 8대의 8M 픽셀 카메라와 1개의 라이다로 구성된 '아트라스 AI' 기술을 공개했다. 특히 내년 3분기부터 시범 적용한 페이스카(소량 생산 테스트카)를 선보이고, 오는 2027년부터는 자율주행 2+ 단계를 적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송 사장 사임으로 SDV 전략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동안 포티투닷이 사실상 송 사장 1인 체제에서 운영된 만큼 대체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회사 이사회 구성원인 정성균 상무와 최진희 부대표의 경우 초기부터 멤버로 활동했지만 현대차그룹 출신이 아닌 데다, 무게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나아가 포티투닷이 보유한 기술력이 여전히 경쟁사 대비 뒤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 고도화가 선제적으로 이뤄져 한다는 게 중론이다. 포티투닷 역시 최근 자율주행 기술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10년 이상 준비해 온 테슬라에 비해서 부족하고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지만 제대로 양산 준비를 시작한 지 2년 반 만에 여기까지 왔다"고 언급했다.
◆ 현대모비스, 지배구조·SI 통합 '두 토끼'…현대오토에버, OS 미들웨어 전담
업계는 송 사장이 사임하게 된 주된 원인 중 하나로 AVP본부장과 포티투닷 대표의 겸직을 꼽고 있다. 전략 수립부터 기술 개발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이끌면서 업무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현대차 소속인 AVP본부와 포티투닷 임직원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실제 성과 도출에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과 SDV 관련 계열사를 합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사실상 쪼개져 있는 SDV 관련 조직을 일원화시키면 의사결정과 운영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실제로 최태용 DS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글로벌 완성차 중 가장 빠르게 시장 저변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하단에 위치한 원인으로는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역량의 부재"라며 "그룹 내 AI SW 개발 역량이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포티투닷,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으로 분산된 점이 구조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배구조 개편은 그룹사 SW 역량을 집중시켜 디레이팅 해소로 연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계열사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에버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이 과거 실시한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축이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현대모비스를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으로 나누고, 신설법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신설법인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되면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과거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하는 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모비스가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으로 쪼개지고, 존속법인이 SW 관련 중간지주사를 맡게 되면 순환출자 해소와 SDV 역량 통합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SDV 부품과 플랫폼 통합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도 주목해야 할 계열사다. 현대오토에버는 2021년 내비게이션 개발·정밀 지도 구축 계열사인 현대엠엔소프트와 차량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문사 현대오트론이 통합해 탄생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는 여러 개의 레이어가 결합한 스택구조인데, 현대오토에버는 포티투닷이 개발한 운영체제(OS)가 자연스럽게 구동되도록 돕는 미들웨어 개발을 전담하고 있다.
한편 포티투닷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올 3분기 말 기준 현대차 58.68%, 기아 39.12%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나머지 2.2%는 기타주주가 보유 중이다. 특히 포티투닷은 2023년부터 올해까지 3개년 자본 확충 계획에 따라 현대차·기아로부터 총 1조1000억원의 현금 수혈이 이뤄졌지만, 수년간 지속된 순손실로 기업가치는 약 1460억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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