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자동차보험 '8주룰'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손해보험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경상 환자의 장기 치료를 제한해 보험금 누수를 줄이고 손해율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보험사에 유리한 조치로 평가되지만, 제도 시행에 맞춰 대인보상 조직의 업무 구조와 손해사정 외주 운용 방식까지 함께 손질해야 하는 과제가 동시에 부상하고 있어서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최근 경상 환자 치료 데이터에 대한 통계 분석 연구용역을 마무리했다. 보험개발원은 이 분석을 토대로 환자 조건별 통상 입·통원 일수와 적정 최대 치료 기간을 참고 지표로 제시하는 전산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과잉 치료와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으며, 8주룰은 오는 3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평균 87%까지 치솟아 손익분기점(약 80%)을 크게 웃도는 등 보험금 지급 부담이 누적된 데 따른 제도 개선 성격이 짙다.
8주룰은 교통사고 경상 환자(상해 12~14급)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을 경우,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규정된 기관의 심의를 거쳐 장기 치료 필요성이 인정돼야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간 타박상·염좌 등 비교적 경미한 부상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한 없이 치료가 장기간 이어졌지만, 앞으로는 '8주'라는 객관적 기준을 설정해 장기 치료 구간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이 조치를 두고 손해보험사들의 내부 대응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기 치료 구간이 제도적으로 제한되면서 대인보상 조직의 업무 구조와 인력 운용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서다. 일각에서는 단순 인력 축소보다는 업무 재배치와 처리 구조 효율화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인보상 인력은 교통사고 피해자의 치료비 지급과 합의 과정 전반을 담당한다. 사고 접수 이후 병원비 지급보증과 치료 경과 관리, 합의금 산정과 협상, 민원 대응까지 맡는 조직인데, 그동안 경상 환자의 경우 8주를 넘는 장기 치료가 이어지면서 후속 관리 업무 비중이 상당했다.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합의 조정과 분쟁 대응, 반복적인 비용 지급 관리가 누적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8주룰이 도입되면 그간 대인보상 조직이 맡아온 후속 관리 업무의 부담이 일정 부분 줄어들 수 있다. 치료 중단 또는 전환 시점이 앞당겨질 경우 대인보상 업무는 환자 관리 중심의 장기 대응에서 벗어나 손해사정과 보상금 산정 절차로 보다 조기에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8주룰은 보상 조직의 업무 흐름과 인력 운용 방식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업계에서는 8주룰 도입으로 손해사정 외주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험사들은 장기 치료나 분쟁 가능성이 큰 사례를 외부 손해사정 업체에 업무를 위탁해왔는데 치료 기간이 제도적으로 단축되면 외주 대상이 되는 케이스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손해사정 외주 물량 조정이나 관련 지원 조직 재편을 놓고 보험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그동안 8주 이후 대인보상 인력이 합의 조정을 상당 부분 맡아왔는데, 치료 중단 시점이 앞당겨지면 업무가 손해사정과 보상금 산정 절차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다"며 "결국 보상 조직의 인력 운용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 시행을 앞두고도 구체적인 운영 방식이 확정되지 않아 보험사들도 섣불리 영향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심의를 담당할 기관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고, 치료 연장 인정 기준과 처리 절차도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여서 실제 현장 업무 부담이 어느 정도 변화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3월 시행이 예고됐지만 심의 절차나 기준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현장에서 어떤 업무를 어디까지 담당해야 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손해율 개선 효과와 별개로 보상 조직 운영과 민원 대응 부담이 어떻게 달라질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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