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네이버가 신선식품 새벽배송에 특화한 컬리 지분을 전격 인수하며 e커머스 시장에서 새로운 승부수를 띄웠다. 단순한 제휴를 넘어 지분 투자까지 단행한 것은 쿠팡의 독주 체제를 견제하고 커머스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벤처캐피털(VC) 등이 보유한 컬리 구주 약 5~6%를 500억~600억원에 매입했다. 거래 과정에서 컬리의 기업가치는 약 1조원으로 평가됐다. 김슬아 컬리 대표의 지분이 5%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네이버가 향후 컬리의 주요 의사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로써 네이버는 CJ대한통운·컬리와 함께 '반(反)쿠팡 연합'을 공고히 하게 됐다.
이번 투자를 통해 네이버는 그간 약점으로 꼽혀온 신선식품 상품군과 새벽배송 인프라를 보완했다. 컬리는 자체 물류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을 통해 냉장·냉동을 포함한 콜드체인 기반 배송망을 운영한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의 전국 당일·익일 배송망과 컬리의 신선식품 전문 물류망을 동시에 활용하는 '투트랙 물류' 체계를 구축하게 된 셈이다.
네이버의 행보는 기존 협력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네이버는 앞서 2020년 CJ대한통운과 60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으로 전국 물류망을 확보했고 2021년에는 신세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연결고리를 마련했다. 직접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기보다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효율적으로 역량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같은 해 출범한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현재 다수의 물류업체가 참여해 빠른 배송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나아가 네이버는 이달 초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네플스)에 컬리를 입점시키고 '컬리N마트'를 출시했다. 이를 통해 컬리의 강점인 신선식품과 '컬리온리' 상품, PB(자체 브랜드) 제품까지 상품군을 확대했으며 '컬리넥스트마일'을 통한 새벽배송까지 더했다. 기존 CJ대한통운 제휴로 당일·익일배송을 구현한 데 이어 셀러(판매자)들은 이제 새벽배송 옵션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입점 셀러 관점에서도 경쟁력이 강화된다.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이 다양한 배송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지고 이는 네이버 플랫폼 체류 시간 확대와 거래액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e커머스 시장은 쿠팡이 '로켓배송·로켓프레시'를 앞세워 독주하는 가운데 네이버·CJ대한통운·컬리 연합과 '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이 3파전을 형성하는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이번 지분 참여는 단순 물류 협력을 넘어 데이터·물류·콘텐츠를 결합해 플랫폼 생태계 전반을 강화하려는 네이버의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네이버는 최근 편의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협력을 확대하고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와 멤버십을 연계하는 등 커머스 외연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콘텐츠–커머스–모빌리티를 하나의 멤버십 체계로 통합해 '단골력(고객 충성도)'을 높이는 전략이다. 컬리 지분 인수는 이러한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신선식품·새벽배송이라는 취약점을 보완하면서 멤버십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컬리·롯데 등과 제휴를 확대하며 커머스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며 "컬리 새벽배송과 신선식품 라인업 강화, 롯데와의 제휴를 통한 '지금배송' 확대 등이 상품 경쟁력 보강과 판매 수수료 수익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커머스 사업은 멤버십 혜택 확대와 컬리 제휴를 통한 상품 경쟁력 강화, 물류 경쟁력 확보 등으로 쿠팡과의 격차를 줄일 것"이라며 "2026년 커머스 매출은 4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성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쿠팡 시가총액이 84조원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네이버 커머스 가치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검색–광고–콘텐츠' 중심에서 '커머스–멤버십–모빌리티'로 확장되는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열고 있다. 업계는 이를 국내 e커머스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전략적 분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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