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정부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 민관협의체가 수년째 제자리를 맴도는 사이 업계는 불확실성 장기화에 우려를 드러낸다. 지난 4월 조영기 협회장 체제 출범 이후 뚜렷한 행보도 보이지 않는다. 기존 찬반 논리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협회 차원의 대응보다도 정부 차원의 결정이 필요한 때라는 시각도 있다.
16일 정계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른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 여부 결정이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해당 사안을 논의할 국무조정실 민관협의체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어서다.
당초 통계청은 오는 10월10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 때 게임 질병코드의 KCD 등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협의체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등재 결정과 초안 작성이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협의체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부처 간 찬반 논쟁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문체부와 게임업계, 게임이용자단체는 사회적 낙인 우려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반면 복지부와 의료계는 조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으면서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업계 입장을 대변해야 할 게임산업협회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허니문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올들어 게임 질병코드 등재 여부에 대한 협회 차원의 움직임이 없어서다.
앞서 조영기 협회장은 지난 4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협회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등재 저지를 꼽았다. 조 협회장은 당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저지를 주요 과제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게임산업 단체와 협업을 이어가는 한편 정부기관, 국회, 협·단체, 게임 이용자들과 공조 체계를 형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계 안팎에선 새로 출범한 체제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다.
그러나 협회 차원의 공식 대응은 지난해 11월 WHO에 해당 코드 분류가 의학·사회문화·법적으로 부당하다는 의견서를 낸 게 마지막이다. 게임이용자협회가 게임 질병코드 국내 등재를 반대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타 업계만 봐도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을 입법할 기미가 보이면 협회가 가장 먼저 대응한다. 사안에 따라 강경하게 나가는 경우도 있다"며 "최근 행정 영역의 게임에 대한 부정 인식이 확인됐던 만큼 미온적인 반응에 그치기보단 실행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민관협의체의 최근 논의 동향이 2019년부터 6년 동안 제기해 온 찬반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협회가 추가 논리를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민간 차원의 논의를 연장하기보단 정부 차원에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단계라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협의체의 차후 일정이 수립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상호 간 새로 제시할 만한 찬반 논리나 연구 등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조 협회장 체제도 이전부터 축적해 왔던 질병코드 반대 논리와 데이터를 승계한 상황이고, 기존 논의에서 답보 중인 만큼 협회 차원에서도 즉각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이재명 정부가 게임산업 진흥을 핵심 기조로 삼았다는 점에서 새 정부와 협력 체계 구축에 희망을 걸고 있다. 협회 또한 관계 부처 및 협·단체와의 공조 체계 구축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흩어져 있는 산·학·연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향후 정책 대응에 힘을 싣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추진력을 높이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게임 질병코드 도입에 대해선 정부 부처·국회 등과 의견을 지속 교환하는 단계"라며 "중독 관련 주요 기관·단체 활동 동향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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