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절치부심(切齒腐心)의 1년이었다. 첫 연간 적자라는 굴욕을 겪은 엔씨소프트가 다시 무대 한가운데로 돌아오려 한다. 오는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지스타 2025'에서 메인스폰서를 맡고 300부스를 넘는 전시관을 준비하며 그간 갈고닦은 신작들을 공개한다.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

엔씨는 오랫동안 리니지 시리즈에 기대 안정적 수익을 올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매출이 눈에 띄게 줄며 첫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 다른 장르 확장이 지연되면서 대표 캐시카우였던 리니지 지식재산권(IP)에 의존한 매출 구조가 한계에 부딪쳤다. 시장에서는 "콘텐츠가 특정 IP에 지나치게 묶였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투자자들도 "새 성장동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높였다.

위기 인식은 곧바로 변화를 이끌었다. 엔씨는 대규모 조직 개편과 AI(인공지능)·QA(품질관리) 등 부문을 자회사로 분사를 단행하며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특히 인공지능 연구 조직인 '엔씨AI'를 전면에 세워 차세대 기술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씨AI는 게임 개발의 자동화·지능화를 넘어 이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구현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단순한 캐릭터 대화 수준이 아니라 게임 기획, 서비스 운영, 이용자 데이터 분석 등 전반에 AI를 입히려는 전략이다. 개발 효율을 높이고 플레이 경험을 개인화해 장기 이용자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차기작 '아이온2' 역시 반등을 책임질 핵심 카드다. 2008년 첫선을 보인 원작 '아이온'은 한때 PC MMORPG의 상징으로 꼽혔다. 후속작인 아이온2는 PC와 모바일을 아우르는 크로스 플랫폼으로 개발돼 국내외 동시 흥행 가능성이 점쳐진다. 글로벌 이용자층의 기대도 크다. 업계에서는 "아이온2가 성공해야 엔씨의 라인업 재편과 브랜드 회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스타 메인스폰서 참여는 단순한 이벤트 후원이 아니다.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에서 존재감을 되찾고 신작을 직접 체험하게 하며 시장 신뢰를 회복할 절호의 기회다. 엔씨는 현장 시연과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이용자와 거리를 좁히고 글로벌 투자자와 미디어 앞에서 새 비전을 보여줄 무대를 준비 중이다. 이번 지스타는 단순 홍보가 아니라 회사의 방향성을 대외적으로 증명하는 자리인 셈이다.

이번 행보는 국내 게임산업 전반에도 자극이 된다. 넥슨과 넷마블 등 대형사들이 글로벌 공략과 신작 경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엔씨가 지스타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투자자 심리와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P2E(Play-to-Earn) 열풍이 식고 AI·콘솔 중심으로 트렌드가 변하는 가운데 엔씨가 AI 투자와 대작 MMORPG로 승부를 거는 전략이 향후 업계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때 업계 '큰형님'으로 불리며 국내 MMORPG 시장을 이끌었던 엔씨에게 이번 지스타는 단순한 게임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시장이 다시 주목하는 무대에서 아이온2와 AI 기반 기술 비전등을 선보인다면 실추된 성장세를 되살리고 브랜드 위상을 되찾을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엔씨가 다시 한번 '리더의 자리'를 증명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부산 벡스코로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