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차장] 몇 년 전 서초동 법원 앞에서 의사 출신 변호사와 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어수선한 의료계 분위기가 대화의 시작이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갔고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는 제약사 '리베이트'로 흘러갔다. 당시에도 모 제약사의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며 한창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그 변호사는 리베이트 해결법이 아주 간단하다고 단언했다. '제네릭(복제약) 약가를 낮추면 된다'는 주장이었다. 경쟁력 없이 우후죽순 나오는 제네릭들이 오리지널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를 받고 있어 리베이트가 발생한다는 논리였다. 그는 '그 돈으로 차라리 열심히 연구개발(R&D)을 하는 제약사들을 지원해주는 게 더 낫다'는 말도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의견이고 이 생각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그런 차원에서 이재명 정부가 최근 국정과제 중 하나로 발표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 개선 및 약가보상체계 구축' 아젠다에 적잖은 기대를 걸고 있다. R&D 투자 등이 확대되도록 인증제도를 개선하고 R&D 투자 비율에 따라 약가를 가산하는 등 소위 연구개발에 노력하는 제약사에게 유리하도록 약가체계를 개편한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제약업계는 그간 '제네릭 제조 및 판매를 통해 신약 연구개발 자금 마련을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국내 의약품 개발 및 생산현황 등의 통계를 보면 과연 이 주장이 정당성을 갖는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1999년 SK케미칼 항암제 '선플라주' 이후 현재까지 출시된 국산 신약이 39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JW중외제약 등 상위 제약사들은 39개 품목 중 복수의 신약을 허가받았다. 2023년 기준(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 국내 완제 및 원료의약품 제조업체가 총 653개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5%도 안 되는 기업만이 유의미한 성과를 올린 셈이다.
물론 신약개발 성과를 내지 못한 기업들도 그간 국민 보건에 일조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 만료와 함께 매번 무더기로 복제약이 쏟아지는 현실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국민 보건 향상 및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제고는 어려워질뿐더러 제약업계의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리베이트 근절 또한 불가능해진다.
투자와 노력, 그리고 이에 대한 보상은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국내 제약산업이 글로벌로 뻗어가기 위해선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지원체계 구축은 반드시 필요하다(그간 제약업계의 주장처럼). R&D 투자 비율에 따른 약가 가산이 '차별'이 아닌 '차등'이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다만 정부도 방향성만 믿고 급하게 서둘러선 안 된다. 약가 인하 등 영향을 받는 기업들이 생김에 따라 여러 의견을 종합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적절한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가 실용에 중점을 둔 만큼 국민 보건 증진과 국내 제약산업의 장기적인 발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세부계획 수립이 필요한 때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