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신성이엔지의 현금 곳간이 여전히 빠듯하다. 그간 반도체 업황 둔화로 본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현금창출력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다만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고객사의 투자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어 향후 반등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성이엔지의 반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4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506억원)과 비교하면 70.88% 줄었다. 이 회사의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순유출을 기록한 여파로 풀이된다. 반기 말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263억원으로 전년(-85억원)보다 3배가량 악화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당기순이익에서 순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 변동 등을 반영해 산출한다. 올 상반기 기준 이 회사의 순운전자본 변동폭이 미미했던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 악화는 본업 부진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예상된다.
신성이엔지는 2분기에 41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가까스로 흑자로 전환했지만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여전히 6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26억원)보다 적자 폭이 커진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2562억원으로 8.27%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25억원에서 18억원의 적자로 전환됐다.
이 밖에도 기업의 현금성자산 산출 과정에 반영되는 투자활동·재무활동현금흐름이 영향을 미쳤다. 올 상반기 신성이엔지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433만원 순유입으로, 전년 동기(-163억원)와 확연히 대조되는 흐름을 보였다. 55억원 규모의 단기금융상품을 해지한 영향으로 보인다.
반면 같은 기간 219억원이었던 재무활동현금흐름이 -75억원 순유출로 돌아서며 현금성자산을 끌어내렸다. 지난해에는 장기차입금 470억원과 유동차입금 62억원을 조달한 효과로 자금이 유입됐으나, 올해 들어서는 신규 자금을 조달하지 않은 데다 부채 상환 부담까지 겹치며 순유출로 전환된 것으로 해석된다.
신성이엔지는 반도체 클린룸 사업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데, 그동안 반도체 업황이 둔화되면서 동반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클린환경(CE) 사업부문의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을 비교하면 ▲2023년 1521억원에서 ▲지난해 1716억원으로 소폭 올랐다가 ▲올해 들어 다시 1171억원으로 줄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메모리 기업으로부터 대형 클린룸 설치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했지만, 투자 속도가 더뎌 매출 인식이 지연돼 왔다. 클린룸 사업은 통상 고객사의 투자 집행 속도에 맞춰 매출이 반영된다. 이에 신성이엔지는 고정비 부담은 커진 반면 매출은 제대로 잡히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반도체 업황 회복세와 함께 투자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어 낙수 효과가 기대된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4공장(P4)·5공장(P5)에 대한 투자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2027년 상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클린룸은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수주가 이뤄지고, 내년 하반기 이후 매출로 인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동시에 재생에너지 부문 매출도 늘어나면서 클린룸 사업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재생에너지 매출은 221억원으로, 전년 동기(147억원)보다 소폭 올랐다. 유안타증권은 "재생에너지 사업은 지난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상반기 수주액이 이미 지난해 연간 수주 규모를 넘어섰다"며 "EPC 사업이 주력인 만큼 2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을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 2분기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신성이엔지는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미국 내 반도체 팹 관련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해외 매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김신우 신성이엔지 상무는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해외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전략적 영역 확장을 추진한 결과 2분기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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