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은 진옥동 회장 체제에서 리딩뱅크 탈환과 주주환원 조기 달성으로 성과를 보여줬다. 그러나 '리딩금융'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과제가 적지 않다. 딜사이트는 진옥동 회장 1기의 성과와 한계를 짚고, 향후 과제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는 단순한 자리 배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어떤 리더를 세우느냐에 따라 계열사의 실적은 물론 조직문화와 시장 경쟁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회장에게 인사는 곧 '경영 철학의 압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 지난해 말 단행한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그럼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내년 3월 첫 번째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이번 인사의 성과가 곧 진 회장의 연임 평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성과 따라 연임·교체…차별화된 인사 철학
진 회장의 인사 철학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성과에 따른 차별화다. 성과가 입증된 리더에겐 연임 기회를 보장해 안정성을 주되,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교체하는 방식이다. 성과와 책임을 인사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셈이다.
취임 첫해 진 회장은 사장단 인사에서 9개 계열사 CEO 전원을 유임시키며 '성과가 입증된 리더에겐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단기 성과에 쫓기지 않고 중장기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였다. 그 결과, 신한캐피탈·신한저축은행 등 계열사 대표가 추가 임기를 받았고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자산운용 대표는 이례적으로 2년 임기를 부여받았다.
당시 진 회장은 "성과와 역량을 검증받은 자회사 대표를 재신임해 대표가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 관점에서 과감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위기 속에서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대표 교체보다는 연임을 통해 책임경영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인사에서는 다른 색깔을 보였다. 한번 신임한 인물은 쉽게 내치지 않지만 성과나 변화 대응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칼을 빼 들었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온정주의자가 아님을 스스로 피력한 것이다. 실제로 정상혁 신한은행장에겐 이례적으로 2년 연임을 부여했지만, 동시에 신한카드를 포함한 9개 계열사 수장을 교체했다.
특히 신한카드 CEO 교체는 상징적 의미가 컸다. 신한카드는 본래 장수 CEO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 신한카드 박창훈 대표는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본부장에서 바로 CEO로 발탁됐다. 급변하는 디지털 결제 환경과 핀테크 경쟁에서 새로운 역량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였다. 성과와 변화 대응력에 따른 '차별화 인사'를 본격화한 셈이다.
◆정상혁·전필환·이영종…'신뢰 인사'도 병행
진 회장의 인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신뢰와 관계의 중요성이다. 함께 일해본 경험과 철학의 공유 여부를 중시한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 행장은 진 회장의 은행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며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춘 인물이다.
신한캐피탈 수장에 오른 전필환 사장 역시 진 회장이 심혈을 기울였던 '생활금융 플랫폼 땡겨요'를 기획부터 출범까지 이끈 주역이다. 또 일본법인 근무 경험 등 진 회장과 닮은 이력을 갖고 있어 재일교포 대주주와의 네트워크도 탄탄하다는 평가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은 성과를 바탕으로 진 회장의 '믿을맨'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에서도 무리 없이 1년 연임에 성공했다.
이 같은 신뢰 인사의 효과는 이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2조2668억원의 순이익으로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고, 같은 기간 신한라이프는 6.7% 성장한 3453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진정한 시험은 이제부터라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앞으로 3개월 정도가 지나면 진 회장 인사 전략의 성패가 뚜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년 3월 연임 심사를 앞두고 계열사 성과, 특히 비은행 부문 실적이 직접적인 평가 잣대가 될 전망이다.
신한금융의 비은행 순익 비중은 2021년 40%대에서 최근 20%대로 떨어졌다. 신한카드·신한투자증권·신한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반등 여부가 향후 그룹 경쟁력은 물론 진 회장 연임 가능성에도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파격 인사의 성과는 곧 진 회장 자신의 연임 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와 신뢰를 모두 고려한 진옥동식 인사가 이제 본격적인 성적표를 받을 시점"이라며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개선 여부가 연임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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