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롯데건설의 유효신용등급이 A+에서 A0로 하락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에서 일제히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면서다. 신평사들은 앞서 2022년 12월 롯데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한 바 있다. 롯데건설은 3년째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아온 셈이다.
장기간 부정적 전망이 이어진 데 따라 실제 등급 강등에 따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등급하락 가능성이 시장에 선반영된 덕분이다. 일각에서는 등급 전망이 안정적으로 바뀌면서 오히려 불확실성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일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조정했다. 2019년 6월 나신평을 시작으로 9월 한기평, 12월 한신평이 순차적으로 롯데건설의 신용도를 A에서 A+로 올린 지 5년6개월~6년 만의 등급조정이다.
세 곳 신평사들은 이번 등급하향에 앞서 2022년 12월에 롯데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었다. 건설경기 침체와 더불어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PF시장 자금경색 등 영업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된 가운데, 롯데건설의 수익성 악화 및 과중한 PF우발채무 부담이 리스크로 부각된 영향이었다.
이번 등급조정과 더불어 등급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됐는데, 롯데건설은 무려 2년6개월가량 부정적 전망을 유지하며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에 노출됐던 셈이다.
기업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부담해야 하는 금융비용은 해당 기업의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책정된다. 공모채를 발행할 경우 2곳 이상의 신용평가사로부터 수익성, 재무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고 신용등급을 부여받아야 한다.
기업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조달금리는 높아지게 된다. 롯데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이 3년 가까이 부정적으로 유지된 탓에 시장에서 바라보는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은 이미 A+를 밑돌고 있었다.
크레딧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발행한 채권의 내재등급(BIR)은 'A-'인 것으로 나타났다. BIR은 시장에서 평가하는 채권의 등급이라고 볼 수 있다. 채권 발행·유통시장의 분위기와 수요가 반영된다. 신용등급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이 아직 A+로 유지되고 있던 5월 초를 기준으로 A+ 등급 3년물 회사채의 등급민평금리는 3.2%대에 불과했다. 반면 롯데건설이 발행한 3년물 무보증 회사채의 개별민평금리는 4.3%를 웃돌았다. 이는 A- 회사채의 등급민평금리와 유사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롯데건설의 신용등급 가능성이 선반영된 상태였던 만큼, 실제 등급 하향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등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오는 6월27일 165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신규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등급 조정과 함께 등급 전망이 안정적으로 바뀐 것에 대해 등급 강등에 대한 불확실성 리스크 해소 측면에선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등급 변경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볼 수 있어 그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일부 기관들은 부정적 전망이 달린 것 보다 등급 자체가 내려가더라도 안정적 아웃룩이 부여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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