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롯데그룹의 올해 상반기 채권발행 규모가 전년비 3분의 1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할 만큼 롯데케미칼 누적적자가 불어나면서 그룹 전반에 드리운 신용우려가 자금 조달 여력을 위축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금리인하기를 맞아 전반적인 차환 리스크는 낮아지고 있지만 롯데라는 브랜드가 입은 상처로 인해 하반기 조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4일 딜사이트 상반기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액은 1조2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3조340억원과 비교하면 30% 정도로 급감한 셈이다.
롯데의 리스크는 올해 전반적인 채권시장 분위기와 정반대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인하 기조에 힘입어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된 것과 대비된다. 상반기 전체 회사채 발행 규모는 45조3410억원으로 전년동기(37조8440억원) 대비 19.8% 늘어났다. 그간 활발한 발행 실적을 보여온 롯데이 위축은 시장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롯데그룹이 올해 상반기 채권시장을 적극 활용하지 못한 건 지난해 말 불거진 롯데케미칼의 기한이익상실 사유 발생이 결정적 트리거가 됐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한때 그룹 내 대표 캐시카우로 꼽히던 계열사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길어지면서 적자를 면치 못했고, 결국 지난해 말엔 기존 발행 채권에서 기한이익상실 조항이 작동했다.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이자비용'을 5배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서다.
결국 서울 잠실 롯데타워를 담보로 내놓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며 위기를 넘겼지만 이 과정은 시장의 신뢰를 크게 흔들어 놓았다. 이후 투자자들의 심리 위축은 계열사들의 조달 전략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미매각이 난 채권이 발생하면 이미지 회복이 어렵다는 인식이 나타나면서 올해 채권시장에 나선 계열사 수는 지난해 상반기 11곳에서 올해 7곳으로 줄었다.
개별 계열사 실적을 보면 그 흐름은 더 뚜렷하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상반기 두 차례에 걸쳐 총 8350억원을 조달했지만, 올해는 2500억원 발행에 그쳤다. 호텔롯데도 지난해 같은 기간 5000억원을 조달했지만 올해는 2000억원으로 축소됐다.
롯데케미칼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10년 넘게 매년 채권시장에 얼굴을 비추었던 단골 이슈어였지만 지난해부터 적자와 신용 리스크가 겹치며 발행을 아예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락이 그룹 전반에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치며 조달 여건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지난달 30일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했다. 계열 지원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바꾸면서 롯데지주·롯데물산·롯데캐피탈은 일제히 A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도미노처럼 하락했고, 롯데렌탈도 AA-(하향검토)에서 A+(안정적)으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 만기를 앞둔 회사채 규모는 큰 부담이다. 이들 계열사가 올해 안에 갚아야 할 회사채는 총 1조150억원에 달한다. 최근 롯데건설의 1100억원 규모 회사채가 5% 후반의 금리제안에도 불구하고 전액 미매각된 것이 하반기 암울한 전망을 고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도 부담이 큰 상황이라 그룹이 핵심 계열사나 자산을 진성으로 매각해 자체적으로 조단위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채권 조달은 하반기 공모시장에서도 어려울 수 있다. 25조원 규모의 그룹 전체 차입금 가운데 20% 이상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공모조달 시장에서 신뢰회복도 요원할 거란 전망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