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표주관사를 중도에 교체하는 발행사가 늘고 있다. 상장 일정이 지연되거나 거래소 문턱을 넘지 못한 기업들이 기존 전략을 전면 수정하면서 증권사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주관 업무를 박탈하는 케이스다. 최근에는 단순한 실무 상의 불만을 넘어 프리IPO 투자 유치 여부가 주관사 교체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 특화 인공지능(AI) 기술 기업 마키나락스는 지난해 삼성증권에서 미래에셋증권으로 주관사를 바꾼 뒤 이달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예심을 청구한 뒤 약 3개월 만에 결과를 확보하면서 상반기 IPO 일정에도 속도가 붙었다.
휴대용 방사선 기기 업체 레메디도 세 번째 상장 도전을 앞두고 주관사단을 손봤다. 과거 미래에셋증권, 이후 KB증권·신한투자증권 체제에서 다시 KB증권 단독 대표주관 체제로 재편하며 전략 정비에 나섰다. 서울로보틱스는 상장 예심에서 물을 먹자 이를 철회한 이후 기존 삼성증권과 계약을 정리하고 주관사 교체를 모색하고 있다.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증권사를 교체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이유는 일단 표면적으로 상장 전략 재정비 차원이다. 하지만 실무 현장에서는 주관사의 관리 부실과 투자 유치 기대가 동시에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IPO 주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증권사는 신규 주관 계약 확보 자체를 실적 목표로 삼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맨데이트 계약을 맺은 후에도 후속 실사나 거래소 대응, 기업 커뮤니케이션 등 핵심 관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IB 관계자는 "(관리소홀로) 주관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가 최악"이라며 "발행사가 처음부터 상장 준비를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큰 문책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투자 유치 문제도 직접적인 변수로 부상했다. 기업금융(IB)본부 차원에서 프리IPO 투자를 선제적으로 집행하는 하우스가 늘었기 때문이다. 발행사가 주관사 선정이나 교체 과정에서 투자 참여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업계에서는 주관 계약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투자를 집행할 경우 향후 증권사의 자산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0조원 규모로 평가되는 무신사 IPO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도 대주주의 부동산 자산 관련 파이낸싱 요구가 반대급부로 요구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끼리 주관계약을 뺏고 뺏기는 공격적인 경쟁이 이뤄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주관 계약을 따내지 못한 증권사가 다른 하우스의 고객을 적극적으로 접촉해 거래를 뺏는 영업도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IB 관계자는 "통상 다른 하우스의 IPO 인벤토리에 대해서는 영업을 자제하는 젠틀맨십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업계 관례를 아예 무시하고 영업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