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1조9000억원 규모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으로 바이오 업계의 주목을 받은 알지노믹스가 기술특례상장 트랙에 본격 진입했다. 오랜 침체에 빠져 있던 신약 바이오 기업공개(IPO) 시장에 다시 불씨를 지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 상장은 국내 최초의 '초격차 기술특례상장' 트랙 활용 사례가 될 전망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유전자치료제 개발기업 알지노믹스는 전일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2개 전문평가기관의 기술성 평가에서 모두 A등급을 획득했다.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하면서 내달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알지노믹스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IPO 절차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공동 대표주관을 맡았다.
알지노믹스는 지난달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리보핵산(RNA) 편집 기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총 1조9000억원 규모의 전략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국내 신약개발사에서는 가운데 보기 드문 글로벌 빅딜이었다. 이 계약을 통해 사업화 가능성과 기술력을 입증한 만큼, 기술성평가 통과도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이번 상장은 '초격차 기술특례상장(딥테크)' 제도를 활용해 이뤄진다. 과학기술 기반의 전략기술 기업에 한해 기술성 평가 한 곳에서 A 이상 등급만 받아도 상장예심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알지노믹스는 이 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으로 '초격차 기술특례상장'을 활용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바이오 업계는 이 같은 사례가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가 될 지 주목한다. 올해 초까지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했던 바이오 기업들은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심사 승인보다는 철회와 미승인 사례가 잇따랐다. 당시 IPO 부서 관계자들은 "이 정도로 거래소 심사부의 기조가 보수적이었던 적은 없다"며 "바이오기업은 아예 받아주지 않겠다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기술성 평가에서도 바이오 기업은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이 없으면 A등급을 받기 어려운 분위기다.
알지노믹스는 RNA 편집 기술 기반 플랫폼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확인된 데다, 초격차 특례상장 제도 자체도 정부가 육성하는 전략 기술 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장 환경도 점차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인공지능(AI), 바이오 관련 섹터에 유동성이 몰리고 있다. IPO 투자 심리도 되살아나는 조짐이다. 게다가 바이오 특화 펀드 조성은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실제로 최근 상장한 바이오기업 인투셀도 공모가 대비 200% 이상 상승했다.
알지노믹스는 RNA 기반 유전자 편집기술을 플랫폼으로 보유한 기업이다. 기존 유전자 편집 기술보다 정밀도가 높고, 부작용 우려도 낮은 차세대 정밀 치료법으로 주목받는다. 일라이 릴리와의 계약도 알지노믹스의 RNA 편집기술이 기존 기술보다 더 정밀하다는 점을 입증한 결과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지노믹스 IPO는 단일 기업 이슈로 그치지 않고 증시 입성 후 바이오 섹터나 유전자치료제 섹터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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