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지난해 건설근로자공제회의 투자자산 운용규모(AUM)가 5조원을 넘어서면서 전략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오픈 도입으로 수익률 급감 방어에 성공한 가운데 채권 중심의 운용에서 벗어나 대체투자 비중을 점차 확대하는 시도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 환오픈 전략 효과 톡톡…해외주식·대체투자가 실적 견인
건설근로자공제회의 투자자산 AUM은 2004년 2896억→2016년 2조9566억원→2021년 4조1721억원을 거쳐 지난해 말 기준 5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건설근로자공제회 자산 운용 수익률은 4.61%로 전년(4.99%) 대비 소폭 감소했으며 자산군별로는 ▲주식 5.33% ▲채권 4.12% ▲대체투자 6.1% ▲단기자산 3.03% 등을 기록했다.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자산은 19.58%를 달성한 해외주식으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주식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황에서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 효과로 해외 주식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면서 전체 수익률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지난해부터 해외 주식 일부에 대해 환오픈 전략을 도입했다. 향후 5년간 환오픈 비중을 20%씩 늘려나가 최종적으로 100% 환오픈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부동산·벤처캐피탈(VC)·사모펀드(PEF)·사회간접자본(SOC) 등의 대체투자 부문 수익률 역시 전년(3.29%)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대출형 대체투자와 지분형 대체투자로 나눠 운용 중이다. 2023년부터 고금리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부동산 지분 투자보다 선순위 대출형 투자 중심으로 비중을 확대한 점이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 '안정성' 채권 중심 운용 기조에서…대체투자 확대 나선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건설근로자들의 퇴직공제금 지급을 목적으로 공제부금을 운용하고 있는 만큼 대체투자, 주식보다 고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채권의 비중을 높게 유지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중장기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는 ▲채권 56.7% ▲대체투자 29.7% ▲주식 6.2%로 채권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지난해부터 채권 비중을 줄이고 선순위 자산 등 안정성이 높은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내용의 5개년 중장기 자산운용체계를 시행했다. 자산 규모 확대와 더불어 새로운 대체투자 상품들이 등장하는 만큼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는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국내 연기금·공제회 전반의 자산 배분 전략 흐름과도 맞물리는 움직임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지난해 3년 만에 VC 블라인드펀드 출자에 나서며 중단했던 대체투자 출자사업을 재개했다. 당시 최소 펀드 결성액은 1000억원으로 설정했으며 출자 비율은 10% 이내다. 당시 펀드레이징 환경이 녹록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클로징에 근접한 대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출자를 진행한 셈이다.
올해 2년 만에 재개한 PEF 출자사업 역시 코스톤아시아와 스틱크레딧을 최종 위탁운용사(GP)로 선정했다. 이들 GP는 펀드의 최종 클로징을 앞두고 있거나 주요 기관투자자(LP)를 대부분 확보한 곳이다. 회수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안정성에 방점을 둔 결과라는 분석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2023년부터 선순위 대출 펀드 등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 투자 비중도 확대하고 있다. 보수적인 운용 기조 속에서도 고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을 발굴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 자산운용본부장(CIO)에 대한 파면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만큼 새 CIO가 선임된 후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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