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흔들리던 증권사들이 다시금 '정통 IB'로 회귀하고 있다. 그 중심에 채권발행시장(DCM)이 있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DCM은 이제 증권사들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격전지에서 각 증권사가 어떤 전략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지 짚어본다.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한동안 채권발행시장(DCM)에서 한 발 물러섰던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IB(투자은행)부문의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손놓았던 DCM 커버리지 부문을 재정비해 주관 경쟁에 나서기 위해서다. 오랜 실적 하락과 함께 삼성증권·키움증권 등 경쟁사의 약진이 이어지자 내부적으로도 위기의식이 감지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DCM부문 리그테이블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던 미래에셋증권이 다시금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을 지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29일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일반 회사채 주관 실적 1조5698억원으로, 실적 순위 8위에 자리했다. 주관 실적은 지난해 3조6628억원(7위), 2023년 4조2851억원(6위)이었다. 서서히 미끄러진 순위표는 미래에셋증권이 DCM 사업에서 전략적으로 후퇴한 결과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20년만 해도 DCM 시장 강자 중 하나였다. 당시 2조8103억원의 주관 실적을 쌓으며 리그테이블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전환점은 수익성에 대한 판단이었다. DCM 주관 업무의 경우 대체투자 등 고수익 부문에 비해 마진이 낮다는 이유로 후순위로 밀렸다. 이에 따라 관련 커버리지 인력을 단계적으로 줄였고, 자연스레 시장 내 영향력도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인력 유출이 가속화됐다. IB 부서를 확장하는 증권사들이 늘면서 인재들이 타사로 빠져나갔다. 최근 들어서는 우리투자증권 신설, 중소형사 IB 조직 확대 등으로 수요가 더 커졌고, 미래에셋은 커버리지 조직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실제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은 발행 규모가 총 4조1670억원이었던 롯데그룹 회사채 발행 물량 중 단 한 건 수임하는 데 그쳤다.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렌탈, 롯데쇼핑 등 총 13개의 롯데 계열사가 공모채 시장에 나섰지만, 미래에셋증권이 주관 실적을 올린 건 호텔롯데(375억원)에 그쳤다. 2023년만 해도 롯데그룹에서 3957억원 규모를 주관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 내 존재감이 눈에 띄게 줄어든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의 DCM 경쟁력이 본격적으로 약화된 계기는 2022년 'CJ CGV 영구 CB(전환사채)' 딜이었다. 당시 단독 대표주관사로 참여한 미래에셋은 대규모 미매각 사태를 겪으며 약 2000억원 규모의 CB를 떠안은 바 있다. 이후 리스크를 의식해 사실상 영구채 구조의 딜을 꺼리기 시작했고, 해당 분야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면서 미래에셋증권은 다수 기업의 영구채 발행에 제대로 응대하지 못했다. 이는 단순한 수익 기회 상실을 넘어 기업들과의 관계에도 균열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통상 기업의 영구채 발행은 일반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는데, 당시 미래에셋이 적극적으로 영구채 발행을 돕지 않으면서 '어려울 때 외면했다'는 인식이 형성돼, 이후 영업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처럼 시장 내 입지가 좁아지면서 미래에셋증권 내부에서도 위기의식이 뚜렷해지기 시작한 모양새다. '이제 바닥을 찍었다'는 자성적 평가가 나오면서 인력 재정비를 중심으로 DCM 커버리지 재건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DCM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상품에 경험있는 외부인재 영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인력 수급 여건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최근 업계 전반적으로 경력직 이동이 줄어든 데다, 미래에셋은 보상 체계 면에서도 불리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BEP(손익분기점)를 넘기지 못하면 성과급이 아예 지급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타사의 경우 일정 수준의 인센티브를 기본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보니 인재 유인력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결국 미래에셋증권은 신입사원을 우선 채용했다. 올해 초 각 커버리지 팀에 신입사원을 한 명씩 배치해 조직의 빈틈을 메웠다. 경험 부족이라는 단기적인 한계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시 내부 역량을 다져나가겠다는 복안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기업금융본부는 1본부와 2본부로 나뉘며, 각각 3개 팀씩 총 6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여타 대형사처럼 DCM 업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화금융, ECM(주식자본시장) 등 IB 전반의 기능을 통합해 각 팀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셋증권은 딜 경쟁보다는 발행사 맞춤형 조달 방안을 단독으로 제안하는 방식으로 커버리지 접점을 넓히고 있다. 내부 역량을 강화해 기업에 선제적으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IPO(상장), M&A(인수합병), 인수금융 등 사업부 내 다른 본부와의 유기적인 협업에 나서며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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