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곽재선 KG모빌리티(KGM) 회장이 예년 성적을 크게 웃도는 9만대 이상의 수출 실적을 내놓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핵심 글로벌 시장인 유럽에 판매법인을 세우고, 사우디아라비아에 마련한 KD(반조립) 공장이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미 수출분이 없는 터라 미국 트럼프발(發)관세 불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도 KGM의 수출길 확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요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곽재선 KGM 회장은 최근 내부 회의를 통해 올해 9만대 이상의 수출을 성사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KGM이 달성한 수출 성과인 6만2378대의 44%를 초과하는 공격적인 수치다. 하지만 곽 회장은 KGM이 KG그룹에 인수된 2022년을 기점으로 괄목할 만한 수출 성장세를 이어온 만큼 목표 달성에 자신감을 드러나고 있다. 실제 쌍용자동차 시절이던 2021년에만 하더라도 2만8133대 수주이던 KGM 수출 실적은 ▲2022년 4만5294대 ▲2023년 5만2754대 ▲2024년 6만2378대로 연평균 32%의 성장을 이어왔다.
KGM이 총성없는 전쟁으로 일컬어지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두각을 보일 수 있었던 데에는 곽 회장의 현장 경영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해외 론칭과 시승 참관은 물론 딜러들과 다방면에 걸쳐 소통 기회를 가진 것이 수출 성적표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세계 각국의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를 통해 KGM 알리기에도 힘썼다. 일례로 지난해 3월 튀크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토레스 EVX 시승 행사에서 곽 회장은 유럽의 20여개 매체들과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곽 회장은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 9만대 이상의 수출고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먼저 핵심 글로벌 시장인 유럽 공략에 힘쓴다. 유럽은 KGM이 수출하는 90여개국 가운데 최상위권 국가들이 포진해 있을 만큼 중요한 무대다.
판매량 순으로는 지난해 중동·아프리카로 분류하는 튀르키예(1만1121대)의 뒤를 이어 헝가리 1만848대, 스페인 5697대, 영국 4127대 등이다. 이들 국가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KGM은 지난해 유럽에서 전년 대비 18% 늘어난 2만6890대의 수출 성적을 냈다. EV 캐즘 등 완성차를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거둔 성과라 더욱 고무적으로 읽힌다.
시장에서는 올해도 KGM이 유럽에서 순풍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독일에 유럽 판매법인(KGM Europe Gmbh)을 설립한 만큼 현지 네트워킹 안정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무쏘 EV, 토레스·액티언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을 앞세운 판매 전략을 수반한다는 구상이다.

부품을 수출해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인 KD 시설이 확충됐다는 점도 KGM의 수출 증대를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KGM은 사우디아라비아에 SNAM(스냄) 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오는 6월부터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KGM은 현지 협력사인 스냄과 2019년 체결한 제품 라이선스 계약(PLA)을 토대로 사우디 최초의 자동차 공장을 세웠다. 국내에서 렉스턴 뉴 아레나, 렉스턴 스포츠&칸 등의 부품을 수출하면 스냄 공장에서 최종 조립된다. 우선 올해 생산 목표치는 8000대로 설정했고 내년에는 2배에 달하는 1만5000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암초가 될 관세 전쟁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는 점도 KGM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소다. 현재 KGM의 글로벌 수출 지형에서 미국은 제외돼 있다. 때문에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인해 미국에서의 판매량 감소를 우려할 일이 없다.
KGM 관계자는 "해외에서의 실적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연판매량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57%에서 올해 68%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이 중장기 목표 달성과 경영정상화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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