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신세계백화점이 본점 외관에 옥외광고를 시작했다. 서울 명동에서 신세계백화점을 'K-콘텐츠'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인데 국내 최초의 백화점이라는 헤리티지(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건물 외관을 모두 스크린으로 덮으면서 역사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세계백화점은 서울 소공로 본점 외관에 설치한 1292㎡짜리 초대형 스크린의 이름을 '신세계스퀘어'라고 붙이고 각종 광고와 자체 홍보물 등을 상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수 지드래곤의 신규 앨범 타이틀곡 뮤직비디오를 상영한 데 이어 현재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에게 영감을 받은 꽃과 음악이 어우러진 미디어 아트를 내보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과거 크리스마스 시기에만 한시적으로 스크린을 백화점 외벽에 뗐다 붙였다 하며 크리스마스 시즌 영상물을 상영했다. 그러다 행정안전부가 2023년 12월 서울 중구 명동관광특구를 '제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선정하면서 스크린 상시 설치가 가능해졌다. 이듬해 5월 신세계백화점은 옥외광고허가증을 발급 받았고 그 해 11월 명동특구에서 가장 먼저 옥외광고 불을 밝혔다.
현재 신세계백화점은 광고대행사 이노션에 외주를 맡겨 광고를 수주하고 이를 송출하는 방식으로 초대형 스크린을 활용하고 있다. 지드래곤 뮤직비디오는 이노션이 수주해 온 광고다.
외주 광고를 주며 신세계백화점이 챙겨가는 이득은 일종의 '자릿세' 개념으로 받는 수익이다. 한 달에 1억씩 1년에 12억원 안팎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다른 시내 주요 건물 옥외광고보다 저렴한 수준인데 신세계백화점이 자체 콘텐츠도 송출하기 때문에 상업광고가 송출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선 국내에 신세계백화점 본점 같이 헤리티지를 갖춘 백화점 건물이 없는 만큼 역사적 가치가 훼손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영국의 리버티 백화점이나 프랑스의 라파예트 백화점 등은 헤리지티를 그대로 보존하며 그 가치를 지키고 있는데 국내는 그런 백화점이 흔치 않다"라며 "그에 견줄만한 백화점이 신세계백화점 본점인데 근현대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을 광고판으로 덮은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근대 백화점의 효시인 미스코시 경성지점이 현재 신세계백화점 본점 자리다. 해방 이후 동화백화점으로 영업하다 1963년 삼성그룹으로 인수되며 상호를 신세계백화점으로 바꿨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은 그 건물 자체로 한국 유통산업의 근현대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연혁을 소개하면서 "신세계는 백화점을 모태로 국내 유통 근대사의 중심에서 함께 변모하고 성장해왔다"고 소개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여기에 옛 SC제일은행 건물을 매입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건물은 SC제일은행의 전신인 제일은행 본점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1913년 국내 건물로는 처음으로 국제 현상 설계에 의해 지어졌다. 한국전쟁 때에도 피해가 없어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서울시의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신세계백화점도 이 같은 보존가치를 알기 때문에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당초 신세계백화점은 스크린을 본관 건물 위로 올려 본관 건물 외관은 그대로 보여주면서 스크린을 설치·운영하려고 했다. 하지만 맞은편에 있는 한국은행 본점 조망권을 가린다는 이유로 이 계획이 무산되면서 지금처럼 본관 건물을 감싸는 형태로 스크린을 설치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옥외광고 스크린을 설치한 것은 신세계백화점 본점 자체를 하나의 문화명소로 만들기 위해서 결정한 것이다"며 "K-콘텐츠 중심지인 명동에서 지드래곤 뮤직비디오를 송출하는 방식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명소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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