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올해 안에 KB자산운용을 제치고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점유율 3위 자리에 안착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은 ETF 사업 시작 시기부터 라이벌이었지만 2015년 이후로는 KB자산운용이 늘 앞서는 관계였다. 그러나 배 대표가 취임 이후 ETF 사업을 적극 강화하면서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도 빠르게 좁혀졌다. 이 기세를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연내 '한판 뒤집기'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전체 ETF 순자산총액을 올해 3분기 말(9월30일) 기준 11조4669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자산총액 기준 ETF 시장점유율은 7.2%로 국내 ETF 운용사 26곳 가운데 4위다.
같은 기간 3위 회사인 KB자산운용은 전체 ETF 순자산총액 12조1497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점유율은 7.6%로 한국투자신탁운용과 0.4%포인트(p) 차이다. 2023년 3분기 말 두 회사의 ETF 시장점유율 차이가 3.5%p였던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08년 9월, KB자산운용은 같은 해 10월에 첫 ETF를 내놓았다. 처음 2년여 정도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KB자산운용을 점유율 측면에서 앞섰다. 그러나 2010년 말 기준으로 두 회사의 순위가 뒤바뀌면서 경쟁의 싹이 텄다.
그 뒤 몇 년 동안 두 회사는 ETF 시장점유율 순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다. 그러다가 2013~2014년 기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앞서면서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5년에는 KB자산운용이 한국투자신탁운용을 3위에서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KB자산운용은 9년 가까이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KB자산운용이 올해 말까지 3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올해 들어 KB자산운용을 바짝 쫓으면서 3위 탈환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두 회사의 분기별 ETF 시장점유율 격차를 살펴보면 2023년 4분기 3.1%포인트, 2024년 1분기 1.2%포인트, 2024년 2분기 1%포인트, 2024년 3분기 0.4%포인트로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이런 추격전은 배 대표가 2022년 2월 취임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배 대표가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만큼 관련 사업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2002년 삼성자산운용에서 국내 첫 ETF 상품을 내놓는 작업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실제로 배 대표는 2022년 9월 ETF 브랜드를 'KINDEX'에서 'ACE'로 바꾸면서 사업 강화 시동을 걸었다. 더불어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던 해외 채권 및 주식형 ETF 상품을 대거 확충하면서 차별화에 힘썼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해 3월 내놓은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국내에 처음으로 출시된 미국 장기채권 투자 ETF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신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리와 가격이 반비례하는 채권 투자 수요가 늘어난 점을 노리고 만들어졌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출시 1년6개월여 만인 현재 전체 순자산총액 1조6463억원 규모의 초대형 펀드로 성장했다. 특히 올해 들어 1조원 이상이 유입되면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빠른 순자산총액 증가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배 대표 체제 아래 내놓은 해외 주식형 ETF 수도 20종 이상이다. 개중에는 순자산총액 4000억원을 넘긴 상품만 3종이다. 최근 2년 동안 개인투자자 사이에 해외 주식 열풍이 불면서 전체 ETF 시장 확대를 이끌었는데 이 시기를 잘 노렸다고 볼 수 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배 대표는 지금까지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세 번째 임기는 다음해 3월에 끝난다. 만약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금 기세를 유지해 ETF 시장점유율 3위를 되찾는다면 배 대표의 세 번째 연임 여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개인투자자에게 인기 좋은 분야의 ETF를 계속 확충하면서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컨대 지난달에 나온 신상품 2종은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는 인도 증시 상장기업을 투자자산으로 삼고 있다.
물론 KB자산운용도 발등에 떨어진 불을 마냥 보고만 있지는 않다. KB자산운용은 올해 3월 취임한 김영성 대표를 주축으로 ETF 리브랜딩(KBSTAR→RISE), ETF 상품 라인업 정리, 광고‧마케팅 확대 등을 잇달아 실행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강점을 지닌 해외 채권‧주식형 ETF 분야에서도 신상품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맞불을 놓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콜옵션 매도 비율을 고정한 커버드콜 ETF를 9월에 내놓고 10월에도 같은 방식의 상품 2종을 추가 출시하는 등 차별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배 대표의 ETF 사업 성과가 이어진다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연내에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KB자산운용도 ETF 사업에 대거 투자하고 있는 만큼 남은 4분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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