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조기 졸업할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태영건설은 채권단과 워크아웃 이행 기간을 3년으로 약정했지만 최근 자구노력을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계획보다 앞당겨 워크아웃 졸업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태영건설은 출자전환‧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난 데 이어 현재 추진 중인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 매각까지 완료하면 재무구조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출자전환·영구채 발행→자본잠식 탈피
12일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그동안 자구책을 이행해 이달 들어 자본잠식에서 벗어난 상태다. 지난달 출자전환과 영구채 발행 등을 마치면서 자본을 확충해 부채를 줄였다. 출자전환은 채권자들의 대출금 전부 또는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영구채 발행은 차입금을 영구채(신종자본증권)로 전환하는 것으로, 부채를 자본으로 전환하는 특징을 갖는다.
태영건설은 올해 상반기까지 자본잠식 상태였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주식거래가 정지되고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 절차를 밟아왔다.
태영건설은 올해 1분기까지도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6273억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마이너스 상태였다. 태영건설의 자산은 3조4911억원, 부채는 4조1184억원이었다.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본을 늘리는 반면 부채를 줄여야 했다.
태영건설은 출자전환과 영구채 발행을 통해 부채가 줄고 자본이 늘었다. 이와 함께 태영건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무상감자를 추진했다. 무상감자는 자본금을 줄여 결손금을 털어내는 조치다. 티와이홀딩스 등 대주주 지분 감자 비율을 100대 1, 소액주주 지분에 대한 감자비율은 2대 1로 진행했다.
자산과 부채 변화를 계산해보면 현재 태영건설의 자산은 3조4655억원, 부채는 3조144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현재 태영건설은 자산이 부채보다 많아지면서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고 재무구조도 개선됐다.
여기에 다음달까지 개인투자자들이 포함된 제68회 공모사채에 대해서도 출자전환을 추가 이행할 예정이다. 다음달 제68회 공모사채 금액인 131억원 규모만큼 자산이 늘고 부채가 줄어들게 된다.
◆ 빌딩 매각 후 차입금 상환 예정…"자구계획 이행 순항"
태영건설은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근 SK그룹 리츠 투자‧운용 전문 기업인 디앤디인베스트먼트(DDI)에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을 매각하기로 했다. DDI가 태영빌딩 인수 목적 사업비를 2537억원으로 책정한 만큼 태영빌딩은 비슷한 수준의 가격대에서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태영빌딩의 매물가격이 정확히 공개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태영빌딩의 토지와 건물의 총 장부가액은 올해 1분기 기준 약 2031억원 정도다.
태영건설은 빌딩 매각을 마치면 2500억원 상당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존의 높은 이자율의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부채 부담을 대폭 완화할 수 있다. 태영건설이 나머지 공모사채액의 출자전환과 태영빌딩 매각까지 모두 마치면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부동산 매각은 보유하고 있는 유형자산이 줄어드는 만큼 현금성 자산이 늘어나서 자산 변화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매각을 통해 획득한 현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부채를 줄이는 방식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한다. 태영건설의 올해 1분기 기준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2조3939억원이다.
앞서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추진 초기부터 자구책 일환으로 보유 부동산 매각을 제시하며 태영빌딩을 매각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태영건설은 태영빌딩 매각 대금을 워크아웃 이후 빌린 높은 이자율의 차입금을 상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9월 태영건설은 운영자금 및 유동성 확보 명목으로 태영빌딩을 담보로 하나증권과 KB증권로부터 1900억원을 빌렸다. 해당 차입금은 이자율이 연 8~10%로 높은 수준인 데다 차입기간이 1년이여서 곧 상환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와 함께 태영그룹의 지주사 티와이홀딩스는 종합환경기업인 에코비트 매각을 추진 중이다. 에코비트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자구책 일환인 자산매각 대상이다. 에코비트는 티와이홀딩스의 소유 자산이기 때문에 태영건설의 자산과 부채에 직접적인 변화를 미치지는 않는다. 다만 에코비트 매각에 성공하면 티와이홀딩스에 2조원 가량 현금이 유입돼 태영건설에 자금 지원 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영건설은 올해 5월 말 워크아웃 절차에 본격 돌입한 후 2개월여간 채권단과 약정했던 워크아웃 자구계획 절차를 이행하고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졸업 가능 여부는 자구책 이행율, 200% 이하의 부채 비율과 차입금 상환 능력, 경영목표의 달성 여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태영건설이 단기간에 자구책을 이행하면서 부채비율을 대폭 줄이고 차입금 상환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워크아웃 졸업 기준에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SK그룹 리츠 투자‧운용 전문 기업인 디앤디인베스트먼트(DDI)와 태영빌딩 매각에 대해 협의 중"이라며 "태영빌딩을 매각하더라도 임대하는 방식으로 태영빌딩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워크아웃 돌입 시 제시했던 자구책 방안을 성실하게 이행해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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