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국내 건설사 '태영건설'에는 자동으로 따라붙는 연관 검색어가 있다. '워크아웃',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란 뜻이다. 경영위기를 겪던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부터 워크아웃설이 돌았고 올해 5월 말부터 공식적인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했다.
워크아웃이라는 단어에서의 '아웃'이 주는 뉘앙스 때문일까,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오해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두고 '재무개선'보단 '부도'나 '파산'을 먼저 떠올려 버린다. 지난해부터 뉴스를 통해 '부도위기→워크아웃'이란 태영건설의 흐름을 지켜봐 왔기에 워크아웃을 부도위기의 결과로만 단정 짓는다. 이는 태영건설을 향한 시선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태영건설도 이 같은 따가운 시선을 모를 리 없다. 몇 달 전 만난 태영건설 관계자는 분양 중 아파트단지 '데시앙'이 양호한 위치와 시설을 갖췄음에도 태영건설이 가진 브랜드에 대한 편견으로 분양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해당 아파트단지는 이미 준공까지 마쳐 수분양자에 전이될 리스크가 전혀 없지만, 단단히 박혀있는 '워크아웃'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인식에 어깨가 움츠러든 모습이었다.
물론 기업이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한 단계가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애초에 재무위기가 없었더라면 워크아웃을 밟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이 무리한 책임준공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으로 경영위기를 자초한 탓에 워크아웃까지 와 버린 상황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워크아웃에 대한 지나친 편견 어린 시선은 거둘 필요가 있다. 워크아웃을 단순히 부도위기의 결과라고만 해석하기에는 섣부르다. 사실 워크아웃은 기업의 재기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의 시작이다. 기업이 파산이 아닌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한 결정은 경영주가 기업을 지키겠단 의지를 보였다는 의미다.
태영건설은 올해 워크아웃에 본격 돌입하면서 자구책 일환으로 그룹 차원에서의 재무위기 극복 의지를 밝혔다. 태영그룹 차원에서 대주주의 무상감자, 출자전환과 태영빌딩, 에코비트 등 자산 매각 등을 약속했다. 그로부터 4개월 정도가 지난 현 시점, 태영건설은 제시했던 대부분의 자구책을 이행했다. 그 결과 태영건설은 자본잠식 상태에서도 벗어났고 지난해 재무제표를 재감사한 결과 '적정'의견을 받으며 주식 재개 발판을 마련했다.
태영그룹은 워크아웃을 돌입함으로써 '태영건설 꼬리 자르기'가 아닌 '꼬리 살리기'를 결정했다고 본다. 태영건설 부도위기설이 돌았을 때 그룹 차원의 지원은 태영건설의 경영 위기가 계열사에게까지도 번지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들은 바로는 내부에서도 문제의 사업장을 수습하고, 태영건설을 정리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결국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을 지키기로 결론을 내렸으며, 워크아웃을 통해 태영건설의 재무개선을 돕고 있다.
태영건설도 자사가 가진 불명예스러운 수식어에도 꿋꿋하게 공공부문 수주를 따내고 있다. 태영건설이라는 이름만으로 수주 입찰 시 불리한 상황이 때때로 있지만,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득 배우 신애라씨가 입양아에 대한 시선의 변화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얘기한 말이 떠오른다. 입양아는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힘든 여건에서도 낳은 아이기 때문에 '지켜진 아이'라는 말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부도 위기 속에서도 지켜낸 기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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