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LG전자가 가전·TV 수요 둔화와 관세 부담, 원가 상승 등의 여파로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7% 이상 감소하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만이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였지만, 전사 차원의 이익 감소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불확실한 경영 환경과 어려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LG전자는 생산 거점 최적화와 강도 높은 원가 구조 개선에 나서는 한편, 전장·냉난방공조 등 기업간거래(B2B)와 구독사업 등 소비자직접판매(D2C)를 강화하며 수익성 확보에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30일 LG전자는 이날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열고 "지난해에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해 소비 심리 위축이 지속됐다"며 "올해도 장기화되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수요 회복 지연에 더해 관세 영향, 부품 원가 인상 압력까지 우려되는 등 사업 운영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LG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4784억원으로 전년 대비 27.5% 감소했다. 매출은 1.7% 증가한 89조2009억원으로 2년 연속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가전·TV 수요 회복 지연과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여기에 전사 희망퇴직으로 발생한 수천억원 규모의 비경상 비용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4개 사업본부 중 VS사업본부만 양호한 실적을 내놨다. 전년과 비교해 HS사업본부의 영업이익은 1.7% 감소한 1조2793억원, MS사업본부는 적자전환(영업손실 7509억원), ES사업본부는 4.1% 줄어든 6473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달리 VS사업본부는 382.7% 급증한 5590억원의 흑자를 올렸다.
이번 컨퍼런스콜을 진행한 박원재 LG전자 IR담당(상무)은 질의응답에서 "VS사업본부의 수익성 개선은 회사의 큰 자랑거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VS사업본부는 2024년 4분기 1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올해 들어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1분기 1251억원, 2분기 1262억원, 3분기 1496억원에 이어 4분기에는 1581억원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1·2분기 4.4%, 3·4분기 5.7%로 상승하며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치다.
VS사업본부와 달리 나머지 3개 사업본부는 긍정보다는 부정적 흐름이 짙었다. 특히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MS사업본부는 올해 흑자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상호 LG전자 MS본부 경영관리담당(전무)은 "지난해는 TV 등 주요 제품군의 수요 성장 모멘텀이 부족했고, 프리미엄뿐 아니라 보급형 제품까지 경쟁이 심화하면서 비용 증가와 판가 하락으로 적자를 기록했다"며 "올해는 동계올림픽,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에 따른 수요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메모리 등 일부 부품 가격 상승분이 판가에 반영되면서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시장 수요는 전년 대비 소폭 성장하거나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며, 실적은 이러한 시장 수요로 대신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메모리 가격 급등 여파를 묻는 질문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지금 예상을 뛰어넘는 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고 공급상의 제약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주요 협력사와 공급 MOU를 체결하면서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공급 업체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선행 재고를 확보하는 등 공급망 안정화를 적극 추진 중"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일정 수준의 원가 상승 부담은 불가피하고, 메모리 비중이 높은 제품군을 중심으로 판가 인상 압력도 더욱 커지고 있다"며 "추가적인 원가 절감, 스펙 최적화, 프리미엄 중심의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손익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부연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대응 방안을 묻는 질의에는 유종인 LG전자 HS본부 경영관리담당이 나섰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멕시코 멕시칼리 공장을 추가로 운영하고 있다"며 "북미 시장에 대한 역내 생산지로는 미국 테네시와 멕시코 몬테레이까지 3개 생산 거점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역내 생산진의 생산성 개선을 통한 공급 캐파 극대화로 역내 공급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긴 어렵지만 생산지 추가 운용과 기존 생산지의 생산성 개선을 통해서 역내 공급 비중은 올해 60%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LG전자의 지난해 구독사업 매출은 2조4800억원으로, 처음으로 2조원대를 돌파했다.
유 담당은 "지난해 국내외에서 구독사업이 크게 성장했다"며 "국내에서는 가전 시장 경쟁이 구독으로 전환됐고, 대형 가전 구독의 지속적인 확장과 구독 적합형 제품·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확고한 시장 지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구독사업을 확대해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에 이어 싱가포르까지 진출하며 전년 대비 40% 이상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며 "올해도 대형 가전 중심의 구독 최적화 제품과 판매 채널 확장을 통해 성장을 이어가고, 판매·배송·설치·케어 등 고객 접점별 인프라 개선과 고도화 활동에도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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