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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 출자' 하나금융, 보험사 인수합병 접었나
차화영 기자
2024.07.30 07:10:18
하나생명·손보에 3000억 수혈…자본여력 고려시 M&A 추진 어려워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6일 18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그룹 본사 전경. (제공=하나금융)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에 3000억원에 가까운 자금 수혈을 결정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의 비은행 강화 전략에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함영주 회장이 취임 후 끊임없이 비은행 강화를 위한 M&A 의지를 여러 번 내비쳤기 때문이다. 자회사 출자 여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유상증자와 M&A를 동시에 추진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하나금융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하나생명에 2000억원, 하나손보에 1000억원을 출자하는 안건을 각각 결의했다. 유상증자 참여 이유에 대해서는 "자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본 확충"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이 하나생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2021년 11월 1000억원을 출자한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하나손보는 2020년 2월 하나금융 품에 안긴 뒤 이번 유상증자까지 포함해 모두 3700억원가량을 수혈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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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번 하나금융의 결정을 두고 어느 정도 예견했다는 반응이다. 그럴 만한 게 보험부문은 하나금융의 약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당장 주요 금융지주의 상반기 성적표만 비교해 봐도 보험 계열사의 성장이 절실하다는 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함 회장은 '아시아금융그룹'으로 도약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비은행 강화에 꾸준히 의지를 보여왔다. 목표에 다가서려면 사실상 국내 선두 그룹인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올라서야 하는데 특히 보험 부문에서 실적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져 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KB손해보험이 올해 상반기 기준 5000억원 넘는 순이익을 내며 비은행 계열사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도 오렌지라이프 합병으로 탄생한 신한라이프가 상반기에도 순이익을 늘리며 새로운 '효자'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반면 하나생명과 하나손보는 그룹 실적에 기여도가 크게 낮은 것은 물론 실적 성장세도 안정적으로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나생명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9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9.4% 감소했다.


다만 보험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방식으로 하나금융이 인수합병이 아닌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을 두고서는 다소 의외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함 회장이 취임 뒤 인수합병에 여러 번 의지를 보인 데다 보험부문은 인수합병 전략 말고는 단기간에 덩치를 키울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함 회장이 현재 금융시장 상황과 그룹의 자본 여력 등을 고려해 인수합병 대신 유상증자로 비은행 강화 전략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함 회장 취임 이후 자회사에 꾸준히 출자하면서 자본 여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 이번 유상증자까지 마무리하면 인수합병을 추진할 만한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함 회장의 눈길을 끌 만한 보험사 매물이 없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탠다. 하나금융으로서는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나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인수 등처럼 단번에 보험 부문을 키울 만한 매물을 바랄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 인수합병 시장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른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과 고금리 지속 등으로 얼어붙은 분위기가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기도 하다. 최근 우량 매물로 꼽히던 롯데손해보험도 매각이 불발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하나금융의 비은행 강화 전략에 변화가 감지됐다고 보는 의견도 나온다. 인수합병 관련해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나금융은 롯데카드, KDB생명 등 인수를 검토했으나 중간에 발을 뺐다. 특히 KDB생명의 경우 매각 주체가 KDB산업은행이었던 만큼 부담이 컸을 텐데도 인수를 중단했다.


하나금융지주의 1분기 말 기준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18.7%로 KB금융(98.3%), 신한금융(110.5%) 등과 비교해 높은 편이다. 여기다 이번 유상증자 참여로 수치는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주사의 자회사 출자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자회사에 대한 출자총액에서 자본총계를 나눠서 구한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차입을 통한 자회사 출자를 막기 위해 금융지주에 이 수치를 130% 미만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이날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비은행 강화 전략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사실상 인수합병을 우선순위에 두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양재혁 하나금융 그룹전략총괄(CSO)은 "첫째로 본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도와주고 있고 그룹 내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체계를 잡아주고 있다"며 "세 번째는 이런 부분을 스스로 하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분명히 인수합병이나 투자 제휴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함 회장은 2022년 3월 취임사에서 "비은행 사업부문 인수합병 및 그룹 내 계열사 사이 기업금융 협업을 강화해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2023년과 2024년 신년사에서도 인수합병을 비은행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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