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규제가 만들어지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을 회사는 없다. 사회 안전망 역할을 맡아 규제에 익숙한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최근 금융당국은 보험업권 자본규제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큰 틀의 방향성이 제시된 만큼 새 규제가 보험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가져올 변화 등을 딜사이트가 짚어봤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보험 계열사를 두고 있는 주요 금융지주도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비율) 규제 도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경쟁 금융지주와 비교해 보험부문이 약하다고 평가받는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계열사 자본확충 부담도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손해보험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타 금융지주사 보험 계열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손보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42.7%로 예상 규제 수준(50~80%)에 못 미친다.
KB라이프(KB금융지주 계열)와 신한라이프(신한금융지주 계열)의 지난해 말 기준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10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KB손해보험(82.5%)도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예상 규제 수준을 웃돌고 신한EZ손해보험도 경과조치를 적용하면 150%를 넘는다.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에 대해 얼마만큼의 기본자본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실질적 손실흡수능력 강화 등을 위해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 도입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손보의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은 4809억4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기본자본 1327억3000만원, 보완자본 3482억1500만원 등이다. 요구자본은 3104억9900만원으로 파악됐다.

하나생명은 하나손보와 비교하면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킥스비율 보완공시가 완료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하나생명의 기본자본 킥스비율(경과조치 적용 후)은 141.9%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하나금융의 자금 지원으로 자본건전성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7월 하나생명과 하나손보에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각각 2000억원, 1000억원을 출자했다. 당시 유상증자로 하나금융의 하나손보 지분율은 기존 89.59%에서 91.45%로 높아졌다.
하나손보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예상 규제 수준에 못 미치는 만큼 하나금융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손보가 아직 수익을 못 내고 있어 모회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본자본은 순이익을 늘려 이익잉여금을 쌓거나 유상증자 등으로 늘릴 수 있다.
하나손보는 2020년 출범한 이후 사옥 매각 이익이 반영된 2021년을 제외하고 계속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나손보의 순손실은 279억원으로 전년(879억원)보다 적자폭이 감소했지만 적자 행진을 끊는 데는 실패했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말 기준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0.5%다. KB금융(107.5%) 등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높은 편이지만 지원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강화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주사의 자회사 출자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자회사에 대한 출자총액에서 자본총계를 나눠서 구한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차입을 통한 자회사 출자를 막기 위해 금융지주에 이 수치를 130% 미만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3월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함영주 회장 2기 체제를 시작한 하나금융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과 비은행 강화에 한층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함 회장은 2월 말 하나금융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인터뷰 영상에서 "앞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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