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규제가 만들어지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을 회사는 없다. 사회 안전망 역할을 맡아 규제에 익숙한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최근 금융당국은 보험업권 자본규제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큰 틀의 방향성이 제시된 만큼 새 규제가 보험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가져올 변화 등을 딜사이트가 짚어봤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비율) 규제 도입을 앞두고도 여유를 보이는 보험사들이 있다. AIG손해보험,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라이나생명, AIA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 보험사는 수익 규모와 관계없이 업계 최상위권 수준의 자본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그룹인 모회사의 리스크관리 체계가 국내 기준보다 훨씬 깐깐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국계 보험사 5곳(AIG손보,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라이나생명, AIA생명)은 200%대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을 기록했다.
킥스비율은 보험사의 지급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 기본자본+보완자본)을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눠서 구한다.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으로 조달하는 보완자본을 제외한 기본자본만으로 산출한 값이다.
먼저 AIG손보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40.6%로 예상 규제 수준을 크게 웃돈다. 업계에서는 해외 주요국의 사례 등에 비춰 50~80% 사이에서 규제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기본자본으로만 가용자본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질적 손실흡수능력 강화를 위해 기본자본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성에 넘치게 부합한다. AIG손보의 가용자본은 6101억원, 요구자본은 2536억원이다.
AIG손보는 1954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첫 외국계 손해보험사로 미국 최대 보험사인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계열사다. AIG손보 지분은 AIG아시아퍼시픽인슈어런스가 보유하고 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지난해 말 238.8%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냈지만 자본건전성 만큼 생보업계 최상위 수준을 유지했다.
최근 한국투자금융지주가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인수를 검토하는 데에도 자본건전성 매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보험사 매물과 비교해 자본건전성이 우수한 만큼 추가 증자 부담도 없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프랑스 BNP파리바그룹의 보험 자회사인 BNP파리바카디프와 신한금융지주가 2002년 합작해 설립한 보험사다. BNP파리바카디프와 신한은행이 각각 85%, 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기본자본은 3조3096억원, 요구자본은 1조3924억원으로 파악됐다.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237.7%다. 라이나생명의 경우 기본자본 4조8649억원, 요구자본 2조1463억원으로 기본자본 킥스비율 226.7%를 기록했다. AIA생명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214.5%다.
외국계 보험사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자본건전성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상품 포트폴리오, 자산운용 전략, 자본구조 등에서의 차별화된 운영이 자리하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의 경우 변액보험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데 변액보험은 특별계정을 통해 별도로 관리돼 자본 확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세계 각국에 진출해 있는 본사가 국내 기준 이상으로 자본적정성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리스크관리 기준도 현지법보다 훨씬 엄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본사 입장에서는 세계적으로 100개 이상에서 보험업을 하고 있다 보니 기준도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며 "한국법인에도 리스크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특히 강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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