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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넘기자"…사업개편 후 IPO 총력
김민기 기자
2024.07.01 07:00:19
최태원, 경영전략회의 후 '파이낸셜 스토리' 대신할 새로운 경영 화두 기대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6일 17시 5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몇 년 간 '딥체인지 2.0', '파이낸셜 스토리' 등의 경영 화두를 던져온 SK그룹이 달라진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 리밸런싱(구조조정)에 나선다. 2022년 SK그룹은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이끌기 위해 ▲배터리·바이오 첨단소재 ▲바이오 ▲그린 ▲디지털 사업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아왔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사업은 기대보다 빨리 오면서 SK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배터리, 수소, 바이오 등은 예상보다 개화 시기가 늦어지면서 유동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는 계열사 사업 재편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 배터리, 그린 등의 사업은 양보다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고, AI·반도체 사업은 내실을 다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시장의 흐름에 맞춰 유동성 시기에 대규모 투자했던 회사들의 옥석을 가리고, 미래를 이끌 배터리 등의 사업은 체력을 키워 다가올 시장을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상북도 구미시 SK 실트론을 방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2023.2.1(사진=뉴스1)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위기의 SK그룹이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재점검에 나선다. 리밸런싱의 주된 이유는 미래 먹거리로 꼽았던 배터리 산업과 수소, 친환경 등 에너지·그린 산업이 예상보다 개화가 늦어지면서 유동성 문제가 터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조원을 들여 공격적으로 회사를 키웠지만 더 이상 적자와 캐팩스(CAPEX)를 감당하기 어려워 향후 2~3년간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배터리 사업의 중심인 SK온과 친환경 사업의 중심인 SK에코플랜트를 살리고,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투자를 해왔던 SK스퀘어를 손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소비재 중심이 아닌 장치산업으로 커 온 SK 입장에선 배터리와 에너지·그린 산업이 향후 그룹을 이끌 핵심 산업으로 끝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상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SK가 이번 보릿고개에서 SK온과 SK에코플랜트를 매각하지 않고 살리겠다는 결정을 한 만큼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위해 전사적으로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ESG와 에너지 사업은 유지하데 성과가 부진하거나 중복 사업의 경우 과감히 정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그룹은 오는 28~29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그룹 경영철학 'SKMS(SK Management System: SK 경영관리체계)'를 바탕으로 사업 재편의 방향을 잡는다. 대규모 투자 후 현금창출 및 IPO, 투자금 회수 등으로 기업을 키워왔던 성공 공식이 깨지면서 더 이상 자산 확충으로 인한 시가총액 확대는 먹히지 않게 된 까닭이다. 이에 '딥체인지 2.0', '사회적 가치', '파이낸셜 스토리' 등을 대신할 SK그룹을 이끌 큰 틀의 새로운 경영 화두를 던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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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SK그룹의 양적 투자가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지 않고 순차입금 증가로 밸류에이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SK그룹의 순차입금은 83조원이며 순차입금/EBITDA(SK디스커버리 계열 제외)는 4.2배에 달하며, 채무적 성격 또는 재무적 변동성을 가진 자본성 자금조달 규모도 11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조달 자금 대부분이 사모펀드(PEF) 및 주요 금융회사로부터 상장을 조건으로 지분을 파는 프리IPO와 상환전환우선주(RCPS)·전환우선주(CPS) 등이라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SK그룹은 신종자본증권 1조7000억원, 상환전환우선주 4조6000억원, TRS계약 1조2000억원, 전환우선주 3조4000억원 등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이에 이번 회의 목적은 리밸런싱의 방향성을 구체화하고 배터리 사업과 함께 바이오, 반도체 등 주요 사업의 타당성 검토와 사업 개편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계열사별 재무구조를 점검하고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추진 등을 결정하거나 리밸런싱과 관련된 결과물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주요 계열사별 재무구조 개선 방안은 SK㈜의 경우 기존에 투자한 중국 동박업체 와슨과 SK동남아투자법인의 베트남 빈그룹, 마산그룹의 지분 매각이 이뤄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페루 LNG 지분 매각과 일부 자회사 지분 유동화, SK E&S는 비핵심 자삭 매각,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메각, SKC는 SK피큐어 지분 및 SK엔펄스 파인세라믹 사업 매각 등이 거론된다. SK에코플랜트도 일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심은 SK온과 SK에코플랜트 IPO에 리밸런싱의 시계를 맞출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재무 부담이 높아진 데는 SK온의 IPO 실패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SK온은 2021년 8월 상장을 준비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물적분할 후 상장'으로 LG화학 투자자들의 반발을 사고 금융당국도 투자자보호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나서면서 프리 IPO로 선회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급격한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1년 반이나 걸려 간신히 1차 프리 IPO를 마감했다. 기업가치도 35조원대에서 22조원대로 낮아졌다. IPO 기한도 2027년에서 2026년으로 1년 앞당기고 투자자 보장수익률도 연 5.5%에서 연 7.5%로 인상키로 했다. 2차 프리 IPO를 진행 중이지만 SK온의 어려운 상황이 알려진 만큼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SK온에 투자한 기관에 투자금에다 이자까지 얹어서 되사겠다는 콜옵션 조항을 보장한 터라 2차 IPO 역시 이러한 조건이 포함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아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 어려워 운신이 폭이 제한 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이 가장 현실성 있는 카드라는 분석이다. 합병 추진 과정에서 SK E&S가 조달한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3조135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당장 KKR 측이 중도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적고 합병 이후 자회사나 자산을 일부 매각해 갚으면 된다는 설명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하면서 동시에 SK E&S의 주요 자회사인 나래에너지서비스와 여주에너지서비스 등을 SK온에 붙이면 캐쉬플로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후에 자산을 매각하거나 현금을 만들어 RCPS를 갚으면 돼 합병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의 일부 주주들의 반발과 여론 악화 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주총회 통과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지금 합병이 진행되지 않으면 그룹 전체의 위기가 올 수 있을 것이라는 명분을 통해 주주들의 반대를 넘어 합병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합병이 늦어져 재무구조 개선을 못해 IPO에 실패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장부 외 부채(자본성 자금조달)'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에 주주 반발에도 합병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SK에코플랜트 역시 2022년 1조원 규모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와 IPO 데드라인을 2026년 7월까지로 정했다. 투자자 전원이 동의하면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하지만 여유가 없다. 이에 SK에코플랜트와 SK머트리얼즈의 산업용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SK트리켐 등과의 합병이 거론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도 총차입금이 2020년 말 2조원에서 2023년 말 5조6018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위험군에 분류돼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6월 4000억원 규모 RCPS(94만주)와 같은 해 7월 6000억원 규모 CPS(133만3334주)를 발행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가장 신임하는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앉힌 것은 최 부회장에게 그룹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칼자루를 쥐어준 것"이라며 "SK 입장에서는 과거 하이닉스 사례처럼 아무리 힘들더라도 버티고 살아남으면 수조원의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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